[인터뷰-빌렘스 전 독일 작센주 문화부 차관] “남북통일 지름길은 ‘만남’… 그 주선자는 교회가 답”

입력 2012-10-11 18:25


“교회는 할 수 있는 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서 만남을 잇는 연결고리가 되어야 해요.”

칠순이 넘은 독일 신사는 분단된 남북한 통일의 지름길로 첫째도 만남, 둘째도 만남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만남의 주선자는 교회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빈프리드 빌렘스(73). 통독 이전의 동·서독 시절부터 40년 가까이 중·고등학교 교사와 교장, 전 작센안할트주(구 동독지역)의 문화부 차관까지 역임한 독일의 교육전문가다. 독일 콘래드 아데나워재단과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가 공동 주관한 ‘독일 통일 전문가 초청 세미나’의 강사로 방한한 빌렘스 전 차관을 지난 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만났다.

“저는 북한이 얼마나 폐쇄적인 사회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남북 간 사람들 사이의 왕래는 어떤 식으로든 이어가는 게 중요해요. 독일 사람들도 수십 년 동안 통일이 오리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다양한 차원의 만남이 가능케 한 겁니다.” 그 일을 인도주의적 교류에 적극적인 교회가 앞장서라는 것이다.

그는 동·서독 통일 과정은 물론 통일 이후 교육현장에서 발생한 정치·사회·문화·종교적 갈등을 몸소 체험한 역사의 증인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교회의 역할을 톡톡히 목도한 인물이기도 했다.

“통독 전, 동독이나 서독의 교회는 한마디로 온갖 의견이 모이는 여론 형성의 장이었어요. 그래서 동독의 경우, 교회는 정부의 눈엣가시가 되기도 했죠. 하지만 동·서독 교회에서 형성된 여론의 힘이 결국 통일의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한국의 주요 교회와 교계 시민운동 단체들이 참여하는 통일·탈북자·대북지원 관련 사업 등에 대해 그는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교육전문가 출신의 빌렘스 전 차관은 한국 내 탈북 청소년을 향한 특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인터뷰 전날 입국한 그는 여명학교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눴다. 빌렘스 전 차관은 그들과 같이 살아가는 한국인들, 특히 한국인 학생들과 교사들에게 당부했다.

“탈북 학생들의 외모와 성격, 말투, 출신, 학업능력…. 이런 걸 따지기에 앞서 인간으로서 받을 최소한의 권리가 그들에게도 있다는 걸 명심하세요. 무엇보다 서로의 말을 경청해 주세요. 서로의 다른 경험을 존중해 주세요.”

하나 된 조국을 염원하는 한국인들, 특히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미온적인 한국의 젊은 세대들을 향해서도 그는 호소했다. “북한 사람들의 운명에 관심의 끈을 놓지 마세요.”

상대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가지고 만남을 이어가는 것. 그가 말하는 통일의 지름길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