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와 광장’으로 대표되는 분단문학의 한축… 1주기 맞은 시인 김규동 깊이 읽기

입력 2012-10-11 17:53


지난해 9월 28일 별세한 김규동(사진) 시인의 문학세계를 조명하는 ‘김규동 깊이 읽기’(푸른사상)가 나왔다. 1948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중퇴하고 월남해 ‘후반기’ 동인으로 활동하며 분단의 비극에 남다른 관심을 보인 김규동은 김기림 최인훈과 고향이 같다는 측면에서 남한 출신 문인들보다 더욱 절실한 분단 문학의 계보를 형성하고 있다. 김기림은 1908년 함북 학성, 김규동은 1925년 함북 종성, 최인훈은 1936년 함북 회령 출신이다.

대표 편저자인 맹문재 안양대 교수는 이들 세 사람의 문학적 영향을 분석한 ‘나비와 광장의 시학’에서 “김규동의 초기 시 ‘나비와 광장’은 김기림의 모더니즘을 계승한 것인 동시에 ‘광장’의 작가 최인훈의 리얼리티에 거울이 된다”고 분석했다.

“아모도 그에게 수심(水深)을 일러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모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로 시작되는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1939)는 일제강점기에서 한낱 나비와 같은 조선인들의 존재 가치가 여지없이 뭉개지는 현실을 묘사한 것으로, 김규동의 ‘나비와 광장’(1955)은 이런 현실인식을 계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최후의 절정에서 흰 나비는/ 돌진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피 묻은 육체의 파편을 굽어본다”(‘나비와 광장’ 부분)

한국전쟁 중 피란지 부산에서 쓴 것으로 알려진 ‘나비와 광장’은 김기림의 ‘바다와 나비’보다 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김규동은 경성고등보통학교 시절, 김기림으로부터 영어를 배웠다. 그런 인연으로 김규동이 월남해 의정부경찰서에 스파이 혐의로 구금돼 있을 때 김기림이 신원보증을 서서 풀려날 수 있었다. 전쟁을 겪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날아오르려는 ‘나비’의 의지는 최인훈의 대표작 ‘광장’(1960)으로 계승된다. “이게 무슨 인민의 광장입니까? 이게 무슨 인민의 소비에트입니까? 이게 무슨 인민의 나랍니까? 제가 남조선을 탈출한 건, 이런 사회로 오려던 게 아닙니다.”(‘광장’ 부분)

맹 교수는 “이런 차원에서 김기림 김규동 최인훈이 지향한 분단 문학의 계보는 더욱 세워지고 고찰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규동 깊이 읽기’는 이밖에도 이동순 강정구 김종회 윤여탁 등의 논문을 수록하고 있으며 고인이 생전에 후배시인들과 나눈 대담도 실려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