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계 태만 이어 거짓말에 은폐까지
입력 2012-10-11 18:23
軍의 부정직·허위 일상화된 것 아닌가
국군의 위신과 명예가 말이 아니다. 적이 코앞까지 들이닥쳐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만큼 허술한 경계태세를 만천하에 드러내더니 이번엔 그것을 숨기려 은폐·축소를 기도하는가 하면 거짓 보고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무리 북한이 도발을 하고 사회 곳곳에서 종북세력이 준동해도 우리에겐 ‘최후의 보루’인 군이 있거니 하고 군만 철석같이 믿고 있던 국민을 이렇게 실망시킬 수 있는가.
국민의 군대로서 늘 어려운 여건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해온 대다수 국군 장병들을 생각할 때 분노에 앞서 안타까움이 치민다. 그래놓고 어떻게 ‘신뢰받는 국군’ ‘무적 강군’을 운위할 수 있겠나. 앞으로 군과 관련된 사안에서 군의 발표를 국민이 선선히 믿지 않는다고 해도 국민을 탓할 명분이 없다.
도대체 장병들의 기강이 얼마나 해이해졌으면 적이 철책선을 넘어 내무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 몰랐는지는 너무 기가 막혀 더 이상 따지고 싶지도 않다. 합참의장의 국회 증언에 따르면 내무반 밖에 설치된 CCTV를 보고 귀순병사를 붙잡았다더니 그것도 문책을 피하기 위한 해당 부대의 거짓 보고였다. 게다가 해당부대는 다음날 적 귀순병이 내무반 문을 두드려서 그제야 알았다고 사실대로 정정 보고를 했으나 이번에는 합참 상황실이 이를 합참의장에게 다시 보고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합참의장이 국회에서 위증을 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거짓 보고에 직무 태만이라니 이게 무슨 그 옛날 중국 국민당 군대 같은 얘기인지 어이가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군은 내무반 문을 두드린 북한 귀순병 사건을 숨겨오다가 사건 발생 6일이 지나 국회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할 수 없이 공개했다. 군은 귀순 사실이 알려지면 귀순병사의 가족이 곤란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발표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어차피 알려질 것이고 보면 군색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경계 태만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웠던 게 은폐의 이유였음은 누가 봐도 뻔하지 않은가.
사실 무슨 사건이 일어났다 하면 이를 축소·은폐하고 거짓말로 무마하려 하는 것은 군의 고질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죽하면 군 의문사 진상조사위원회 같은 기구가 만들어졌겠는가. 군이 천안함 피격사건의 진실을 아무리 과학적으로 조사해 발표해본들 굳이 친북 좌파가 아니더라도 끝까지 믿으려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는 것도 어찌 보면 이상하지 않다. 자업자득이라는 얘기다.
물론 잘못이 있으면 될 수 있는 대로 파장을 줄이고, 남들 모르게 덮으려 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더욱이 군의 명령체계에 따른 속성상 직접적인 책임이 없더라도 지휘계통에 있는 상관들까지 문책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축소나 은폐 혹은 거짓말의 유혹을 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그 같은 시도는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고 이는 군 전체로 봤을 때 자해행위나 다름없다. 국민의 신뢰와 존경, 애정을 상실한 군이 어떻게 예산을 달라고 당당하게 국민에게 요구할 수 있겠는가. 올해로 64세가 된 우리 군의 뼈를 깎는 반성과 그에 기반한 환골탈태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