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5분 폭우에 대형참사 날 뻔한 청계천
입력 2012-10-11 18:19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그제 낮 서울에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청계천 물이 불어나면서 산책하던 시민 13명이 고립됐다가 구조되는 일이 벌어졌다. 비가 쏟아진 시간은 15분에 불과했지만 지상의 빗물을 모아 청계천으로 방류하는 수문이 열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도 청계천에서 산책하던 시민 12명이 소나기로 불어난 물에 고립됐다가 구조된 바 있다.
청계천에는 54곳에 249개의 수문이 설치돼 있는데 15분에 3㎜ 이상 비가 내리면 수압에 의해 자동으로 수문이 열리게 돼 있는 구조라고 한다. 최근 기상이변이 늘면서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고 어떤 비상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데 청계천 종합상황실에선 통제할 수 없다니 어이가 없다.
청계천은 복원사업을 벌일 때부터 폭우에 안전한지 우려가 많았다. 갑작스런 호우가 쏟아지면 하천 옆 보도가 잠기는 것은 물론 인근 지상의 빗물까지 청계천으로 방류되기 때문에 청계천 위로 물이 범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 수문이 물대포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서울시는 최악의 물폭탄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보고 청계천의 배수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한다.
긴급대피 매뉴얼을 제대로 지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종합상황실은 기상예보에 따라 15분에 3㎜ 이상 비가 예상될 때는 비 오기 30분 전부터 스피커로 안내방송을 내보내고 안전요원들이 시민들을 대피시키도록 돼 있으나 안내방송이 뒤늦게 나왔다. 또 안내방송도 시민들이 잘 듣지 못할 정도였다고 하니 차제에 경보 시스템을 점검하기 바란다. 전문가들 주장대로 매뉴얼을 강화해 비가 오면 무조건 청계천 출입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안전의식도 문제다. 긴급대피 안내방송이 나오고 안전요원들이 대피하라고 종용하는데도 일부 시민들은 다리 밑에서 비를 피하며 “비가 이렇게 오는데 당신 같으면 나가겠느냐”고 오히려 되받아쳤다고 한다. 그동안 안전불감증이 얼마나 많은 대형 참사를 일으켰는지 봐왔으면서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