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현 (8) 전반보다 후반이 더 중요한 인생 포인트는 ‘믿음’
입력 2012-10-11 18:29
예전에 나는 우리 가족만 신앙생활을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내 신앙이 비틀거리는데 누군가를 전도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아들이 초등학교를 다니던 당시 아들 친구네 가족을 데리고 여름 수련회를 떠난 적이 있다. 아내는 불신자인 아들 친구 어머니를 전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좋아했다. 나만 일 때문에 하루 늦게 출발하기로 했다. 선발대 20명은 승합차를 타고 강원도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운전대를 잡은 집사가 초보운전자여서 일이 터지고 말았다. 한계령을 넘다 급커브 내리막길에서 차가 미끄러져 전복된 것이다. 하마터면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할 뻔했지만 하나님께서 붙들어주셔서 차는 도로 한쪽에 나뒹굴었다.
12인승 차에 20명이 꽉 들어차서 그랬는지 팔다리 골절 외에 중상을 입은 승객은 다행히 없었다. 가장 많이 다친 사람은 아들 친구 어머니였다. 갈비뼈 12대가 부러져 3개월 동안 입원했다.
아내는 3개월 내내 병실을 드나들며 가족처럼 그를 간호했다. 처음엔 아내의 기도를 형식적으로 받아들이던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의 문을 열고 복음을 받아들였다. 퇴원하자마자 세례를 받고 교인이 됐다. 그전까지 “교회는 절대로 나가지 않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사람이 은혜를 받게 된 것이다. 아내의 신앙 덕분에 전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 사건이다.
나는 그후로 나처럼 사업 실패로 좌절한 경험이 있는 기업가 여러 명을 전도했다. 인쇄 도매업을 하는 P씨도 그중 한명이다.
P씨는 중학교를 마치고 가출해 청소년기에 공사판을 전전했으며, 중동 건설현장에서 3년간 온갖 고생을 하고 돌아와 택시기사, 식당 종업원, 날품팔이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30대 중반까지 어렵게 모은 7000만원으로 작은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기꾼을 만나 전부 잃고 말았다. 결국 P씨는 자살하려고 건물 옥상에서 약을 먹었는데, 그 건물에 입주한 업체 사장이 쓰러져 있던 그를 발견하고 병원으로 옮겼다. 목숨을 건진 P씨는 눈을 뜨자마자 사장의 멱살을 잡았다.
“당신이 뭔데 나를 살려! 여기 병원비와 앞으로 생계비, 당신이 다 책임질 거야?”
물에 빠진 사람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었지만 그 사장은 P씨를 책임졌다. 병원비를 내줬고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10년이 지난 뒤에는 사업체마저 P씨에게 물려줬다.
나는 어느 상공인 단체 세미나에서 P씨를 처음 만났다. 그는 오십이 다 된 나이였는데 미혼이었다. 난 우리 회사 여직원 중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느라 40대 초반이 되도록 시집을 못간 H씨를 그에게 소개해 줬다. 두 사람은 서로 잘 통해서 3개월 만에 결혼 얘기가 오갔다. 결혼식을 올리기 전 나는 H씨에게 “하나님께서 배필을 보내주셨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을 전도해 교회에 함께 나가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
신실한 H씨는 내 말을 전적으로 수긍했다. P씨는 결혼 후 세례를 받았고 지금은 누구보다 예수를 잘 믿는 사업가로 교회 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인생은 전반전보다 후반전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어느덧 중년의 고개를 넘고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니 ‘나에게 정말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자문하게 된다. 지금 내게 하나님의 은혜가 있기에 건강도, 가족도, 물질도 내 손에 담길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이 함께하지 않으신다면 이 모든 것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다.
“귀인들을 의지하지 말며 도울 힘이 없는 인생도 의지하지 말지니. 그의 호흡이 끊어지면 흙으로 돌아가서 그날에 그의 생각이 소멸하리로다. 야곱의 하나님을 자기의 도움으로 삼으며 여호와 자기 하나님에게 자기의 소망을 두는 자는 복이 있도다.”(시 146:3∼5)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