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軍 경계] 북한군 병사, 왜 49분이나 걸렸을까

입력 2012-10-10 22:14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 지난 2일 오후 10시30분쯤 비무장지대 남측 철책을 넘은 북한군 병사는 우리 군 장병들이 머무는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의 문을 두드리기까지 49분이 걸렸다. 철책에서 생활관까지 직선거리는 10m로 걸어서 10초면 닿을 수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우선 북한 병사가 생활관과 멀리 떨어진 곳의 철책을 넘었을 가능성이 있다. 통상 철책과 전방소초 간 거리는 30∼300m다. 해당 부대는 평지여서 소초 간 거리가 짧은 편이지만 그래도 캄캄한 밤중에 길을 찾아 이동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철책을 따라 경계근무를 하는 병사들을 피하기 위해 한동안 숨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병사는 소초에서 나오는 불빛을 따라 걸었다고 진술했다. 노출되지 않도록 주변을 살피고 안전하다는 판단이 섰을 때만 움직였을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극도로 긴장된 상태에서 움직였을 것”이라며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에서는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게 쉽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어디에 지뢰 등 위험물질이 있는지 모르는 터라 이동에 더 제한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불빛 방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배회했을 수도 있다. 야간에 방향감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소속 부대를 탈영해 북측 감시망을 뚫고 철책을 넘어오면서 체력 소모도 심했을 것이다. 철책을 넘는 과정에서 부상했을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군 관계자는 “3∼4m 철책을 타고 넘기도 하고, 철책 사이를 벌려 통과하기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전문적인 침투훈련을 받지 않았을 경우 진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런 이유에도 불구하고 북한 병사가 철책을 넘어 생활관 문을 노크하기까지의 과정이 명확하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