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에너지 절약 우수시민’ 제상목·김혜숙씨 부부… 방풍 테이프, 마루에 담요 ‘절약 전도사’

입력 2012-10-10 19:31


첨단 태양광 장비나 특수 조명을 설치해야만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핑계다. 서울 후암동에 사는 제상목(48)·김혜숙(48)씨 부부는 36년 된 낡은 벽돌 주택에서도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고 있다.

제씨는 10일 “2010년 5월 이사해 별 준비 없이 겨울을 맞았는데 난방비 폭탄이 떨어졌다”고 회고했다. 보온·단열재를 충분히 사용해 짓는 요즘 아파트들과 달리 1976년 당시 벽돌에 콘크리트만 발라 세운 고택(古宅)의 벽에서는 칼바람이 새들어 왔다.

가스보일러를 종일 켜둘 수 없어 부부는 머리를 썼다. 우선 바람이 곧바로 들어오는 현관 입구에 욕실용 샤워커튼을 달았다. 방수 재질의 두꺼운 샤워커튼은 외풍도 잘 막아냈다. 현관 바깥엔 특수 비닐을 재단해 붙였다. 창문에는 방풍테이프를 붙여 미세 바람도 차단했다.

기온이 떨어지면 온 가족이 내복을 입었고, 마루엔 담요를 깔아 온기를 보존했다. 초등학생 아들도 에너지 절감에 힘을 보탰다. 제씨는 “어느날 아들이 냉장고 문에 스펀지밥(Spongebob) 캐릭터가 그려진 화이트보드를 달아 놓고 ‘문을 여닫을 때마다 정(正)자로 표시하라’고 했다. 쓸데없이 냉장고 문을 여는 일이 절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로 제씨 부부는 ‘2012년 서울시 에너지 절약 우수시민’으로 선정됐다. 서울시는 10일 오전 신청사 대강당에서 에너지 절약 사례발표 및 간담회를 갖고 제씨 부부와 고대안암병원, 묘곡중학교 등 129개 가정 및 단체에 표창장을 수여했다.

시는 2009년부터 에코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 시민들의 자발적인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한 만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준다. 친환경 제품, 전통시장 상품권이나 교통카드 충전권으로 바꿀 수도 있고 공동주택 관리비 납부도 할 수 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68만명이 에코마일리지에 가입했다. 이 중 지난해 8월부터 지난 7월까지 1년간 27만7395명이 전년 대비 에너지 10만715TOE(석유환산톤)와 온실가스 20만3856t을 줄였다. 시는 매년 우수 회원을 선정해 시상한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