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사법정의 살아나나… 유력정치인 등 20명 철창행

입력 2012-10-10 18:59

‘경찰이 잡으면 판사가 풀어준다.’

브라질에서 사법 정의에 대한 불신을 자조적으로 드러내는 이 말이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정부에서 터진 대규모 비리 스캔들에 대해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선고공판을 진행하면서 이미 38명의 피고인 중 20명이 돈세탁과 공금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정권을 창출했던 유력 정치인뿐만 아니라 그들의 든든한 자금줄이었던 기업인과 은행가들까지 줄줄이 철장행 신세를 지게 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브라질에서 사법부에 대한 희망이 생겨나고 있다며 최근의 ‘법치 바로 세우기’가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책임이라는 명제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브라질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대통령’의 직계 참모 정치인과 관료들이 처벌대상이 됐다면서 “이번 선고공판으로 사법부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시민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정작 룰라 전 대통령은 부패 스캔들에 대해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최측근 참모였던 조세 지르세우 전 수석장관(총리에 해당)과 조세 제노이노 집권 노동자당 전 대표가 부정을 ‘지휘’한 혐의로 이날 유죄판결을 받았다. 로베르토 구겔 검찰총장도 스캔들에 대해 “브라질 역사상 가장 대담하고 무법적인 공금횡령 비리사건”이라고 밝혔다.

흔히 ‘멘살라웅(Mensalao)’으로 알려진 브라질 최대 정치부패 사건은 여권이 의회에서 법안통과 협조 명목으로 야당 의원들을 돈으로 매수한 사건이었다. ‘멘살라웅’은 ‘매월(每月)’이라는 뜻으로 달마다 거액의 뇌물이 오갔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브라질노동당 대표였던 호베르토 제페르손 의원의 폭로로 사건이 드러나면서 집권 노동자당 대표와 하원의장의 사퇴를 불러왔고,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과 금융·기업인들을 상대로 의회가 국정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브라질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룰라 당시 대통령은 지지율이 30%대로 급격하게 추락했고, 한때는 그에 대한 탄핵 가능성도 거론됐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