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수익 미끼로 투자 유도 불법 금투업체 450곳 적발

입력 2012-10-10 18:53

10일 인터넷에서 금융투자 용어인 ‘자산’을 금융지주회사 이름과 무작위로 섞어 검색하자 ‘IBK자산’이 나왔다.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 전화번호와 함께 서울 강남의 R빌딩이 소재지로 소개돼 있었다. 직접 전화를 하자 “여긴 가정집이고 R빌딩도 아니다”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R빌딩엔 약 10개 업체가 입주해 있었지만 IBK자산은 없었다. 이 회사는 IBK기업은행의 계열사인 IBK자산운용과도 무관했다.

제도권 금융회사의 이름 일부를 도용하거나 흉내 낸 유령 금융투자업체가 판치고 있다. 이들은 수백%에 이르는 수익을 장담한다며 투자를 부추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부터 지난달까지 계좌대여업체 398곳 등 불법 금융투자업체 450곳을 적발했다고 이날 밝혔다. 업체 관계자들은 경찰에 넘기고 인터넷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폐쇄 조치를 요청했다. 이들 업체는 금융회사와 같거나 비슷한 상호를 사용해 투자자를 유인했다. 선물, 자산운용, 증권, 투자자문, 신탁 등 정식 금융회사만 쓸 수 있는 명칭을 무단 이용하는 것이다. 심지어 ‘유진투자선물’처럼 실제 있는 금융회사 상호를 고스란히 베껴 가짜 홈페이지를 만들거나 금융지주의 계열사로 보이려고 유사 상호를 쓰기도 했다. 소재지가 불분명하면서도 주소를 ‘○○증권 빌딩 10층’ 등으로 광고했다.

이번 금감원 단속에서는 횡령 피해금액을 100% 보상한다고 약속한 업체들이 대거 적발됐다. 이들은 ‘금감원 허가업체’ ‘5대 법무법인 공증’ ‘결제대금 배상책임보험 가입’ 등 허위 광고를 일삼았다. 홈페이지에 게시한 보증보험증권은 모두 조작된 것이었다. 투자금만 챙겨 잠적하는 업체 때문에 생기는 피해 사례를 역이용한 것이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불법 금융투자업체를 통해 수익을 거두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전산장애로 손실 우려가 크고 업체가 손해를 피하기 위해 손절매하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업체가 고객 돈을 빼돌리고 사라지는 사례도 잦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도권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은 거래는 불의의 피해가 생겨도 보상받을 수 없으니 허위·과장 광고를 각별히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