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테마주 대박’ 대주주들 매물 폭탄… 개미만 피눈물

입력 2012-10-10 21:41


대선 정치테마주의 대주주·경영진이 지난달부터 앞 다퉈 대량의 ‘주식 폭탄’을 내던지고 있다. 140여개 테마주 가운데 64곳의 대주주가 고점에서 주식을 팔았다. 일부 대주주는 보유 지분 전체를 팔기까지 했다. ‘거품’이 사라지기 전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주식을 처분한 테마주는 대부분 주가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피해는 추종 매매를 한 ‘개미 투자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대주주·경영진의 지분 매각은 위법이 아니지만 ‘도덕적 해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과열 양상을 보였던 정치테마주가 인맥 중심에서 정책 중심으로 옮겨 다시 기승을 부릴 조짐이다. 대선 후보가 내놓는 정책과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오르는 주식으로 금융당국은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부터 주요 대선 테마주의 대주주·경영진은 많게는 200만주까지 주식을 장내 매도하고 있다. 곽영의 회장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해 충격을 줬던 ‘안철수 테마주’ 써니전자는 지난달 14일 최대주주가 바뀐 뒤에도 최대주주 특별관계자들의 주식 45만6800주가 추가로 장내 매도됐다. 써니전자 주가는 이들이 7354∼7397원 수준에서 약 33억원에 이르는 주식을 처분한 뒤 이날 3950원까지 곤두박질쳤다.

또 다른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우성사료는 지난달 11일부터 24일까지 최대주주 정보연 회장의 특별관계자 6명이 36만5500주를 팔았다. 최대주주 일가가 주식을 내던질 때 최고 9511원을 기록했던 이 주가도 현재 4625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안철수 테마주로 부각되는 바람에 주가가 438원에서 한 달 만에 2075원까지 폭등했던 미래산업은 이사 5명이 지난달 일제히 10만∼30만주를 내던졌다.

다른 대선 테마주들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는 위노바는 최대주주인 이승열 대표이사가 지난 8월 말 3336원에 87만9589주를 팔아치운 뒤 2180원으로, 서희건설은 조성호 사장 등 임원진이 136만4419주를 1501∼1633원에 매도한 뒤 1120원으로 하락했다. 박근혜 테마주인 비트컴퓨터는 지난달 24일 조현정 최대주주가 9624원에 1만주를 처분하면서 주가가 7750원으로 떨어졌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대량으로 주식을 팔면서 뒤늦게 이 주식을 사들였던 개인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대선 후보들의 ‘인맥 테마주’에 쏠렸던 관심은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정책 테마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주식 투자자들이 모이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는 대선후보 3명의 ‘정책 수혜주’ 분석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하은수 금융감독원 테마주특별조사반장은 “한국거래소와 함께 정책 테마주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