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 권불삼년?… 평균 재임기간 2.97년 불과 상법상 임기 3년도 못채워
입력 2012-10-10 22:10
대기업들의 절대불변 불문율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이 말은 ‘성과가 없으면 짐을 싸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침체로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 달성이 간단치 않을 것으로 보여 주요 대기업들의 정기 인사가 몰려 있는 연말이 다가올수록 좌불안석이 되는 CEO(최고경영자)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 CEO들의 재임기간이 평균 2.97년에 불과해 상법상 임원 임기인 3년을 채우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전자공시제도가 도입된 1999년부터 올 6월 말까지 국내 10대 그룹 계열사인 94개 상장사 대표 310명의 재임기간을 조사한 결과 평균 2.97년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조사는 현직 CEO를 제외한 퇴직 CEO들의 같은 회사 근무기간만 계산해 이뤄졌다.
최근에는 정기 인사철이 아니더라도 수시 인사로 오너의 뜻에 따라 언제든 자리를 내놓아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CEO가 ‘샐러리맨의 꿈’ ‘임원의 꽃’이 아니라 ‘파리목숨’이라는 자조론까지 나오는 형편이다.
그룹 전체로는 LG계열 상장사 CEO들의 재임기간이 4.3년으로 가장 길었고, SK그룹 계열사가 2.4년으로 가장 짧았다. 다만 SK그룹의 경우 계열사를 옮기며 오래 근무한 CEO도 많아 한 계열사 재임기간만 따진 이번 조사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CEO들의 평균 재임기간이 상법상 임기인 3년을 넘긴 곳은 LG를 비롯해 삼성(3.7년), 현대중공업(3.1년), 한화(3.1년) 등 4개 그룹뿐이었다.
반면 CEO들의 수명이 짧았던 그룹은 현대차(2.5년)와 GS(2.7년)로 나타났고 포스코와 롯데, 한진은 모두 2.9년 평균치였다.
기업별로는 조사기간 동안 단 두 번의 CEO 교체가 있었던 롯데 계열 호남석유화학 CEO의 평균 재임기간이 12.5년으로 가장 길었다.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CEO가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그룹이었다. 총 14명이 1년도 못 채우고 자리를 떠났다. 특히 현대제철은 1999년 이후 총 9명의 CEO 중 5명이 1년도 안돼 물러나 인사 변동이 가장 심했다. LG그룹은 1년도 안돼 물갈이된 CEO가 전혀 없는 유일한 그룹이었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