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지지층 겹치는 文·安 ‘따라하기 행보’
입력 2012-10-10 22:07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우리도 일정을 잡고 있었는데, 일정이 새나가는 것도 아닐 테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캠프의 한 실무자는 10일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문 후보에 앞서 전날 ‘광해’를 관람한 것을 두고 씁쓸해했다. ‘광해’는 광해군 8년,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 광대의 이야기를 통해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상을 보여주는 영화다. 문 후보 캠프는 관람 일정을 잡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안 후보가 먼저 관람하면서 ‘선점효과’가 떨어지게 됐다. 안 후보가 ‘약자를 대하는 지도자의 진정성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했다’는 메시지로 재미를 본 상황이다.
최근 들어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가는 곳이 겹치고, 정책 내용도 엇비슷하다보니 이처럼 사소한 일정을 두고도 신경전이 치열하다. 서로 일정이나 정책을 따라하고 베끼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두 후보는 이날 나란히 대전을 찾기도 했다.
추석 연휴 전후로도 두 후보 간 방문 장소가 아주 흡사했다. 안 후보는 지난달 26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부산을 방문한 뒤 27일 전남 여수에 갔다. 문 후보는 같은 달 27일 전남·광주를 방문하고 29일 부산, 추석 당일인 30일 봉하마을을 찾았다. 문 후보는 지난달 24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고, 안 후보는 지난 2일 찾아갔다. 고(故) 김근태 전 민주당 의원 묘역 참배 역시 안 후보는 지난달 29일, 문 후보는 지난 2일 했다. 안 후보는 오는 12일 인터넷 판도라TV를 통해 재외국민과의 ‘타운홀미팅’을 할 예정인데 온·오프라인을 융합해 청중이 질문하고 후보가 답하는 이 같은 행사는 문 후보가 그동안 해왔던 방식 그대로다.
정책으로 들어가면 양측의 기 싸움은 더 팽팽하다. 안 후보는 지난 9일 세계지식포럼 기조연설에서 북방경제론을 내놨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가 이미 내놓은 남북경제연합 구상과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안 후보가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한 대목도 문 후보가 지난달 후보 수락연설에서 “정당책임정치, 책임총리제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하겠다”고 한 것과 거의 같다는 반응이다.
방문 장소와 행사 방식, 정책 내용까지 두 후보가 비슷한 데는 단일화 기선잡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양측이 호각지세인 상황에서 좀 더 지지율을 가져오려면 호남과 20∼30대, 무당파 및 중도층 표심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겹치는 게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