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文·安 권력분담 경쟁 막올라… 닮은 듯 다른 ‘책임총리제’ 신경전

입력 2012-10-10 19:10

대통령의 권력 분산 방안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 간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통령 권력 분산은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와 연계돼 있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도 대비되는 야권의 정치개혁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취지 자체에 공감할 뿐 구체적 실현 방안을 놓고는 접근 방식이 달라 향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문 후보는 지난달 16일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되면서 대통령의 권한을 국무총리에게 대폭 넘기는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가능하다면 개헌을 통해 법제화하자는 생각이다. 문 후보는 내각책임제 또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지지하고 있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파격적이다.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10일 “책임총리제는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는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 역시 지난 7일 정책비전을 발표하면서 “3권 분립의 정신에 입각한 국정운영으로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없애겠다”고 밝혔다. ‘수평적 리더십’도 강조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안 후보도 책임총리제를 염두에 둔 듯 보인다. 하지만 아니라는 주장이다. 안 후보 측이 대통령과 총리가 각각 외치와 내치를 맡는 사실상의 책임총리제를 추진한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서울 공평동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과 총리가 부처를 나눠 역할을 분담하는 것은 현행법에 맞지 않다”며 “(개헌도) 검토한 적이 없다”고 못 박았다.

안 후보 측은 대통령 한 사람이 국회와 행정부를 좌우하는 ‘시스템 운영 방식’이 근본 문제이지 개헌을 통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다. 박 본부장은 새누리당 박 후보를 지칭하면서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가장 수직적인 낡은 정치의 대표적인 예”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대신 안 후보는 수평적 의사결정과 인사 시스템, 부처간 융합 등을 통해 대통령 권력을 자연스럽게 분산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를 10분의 1로 줄이고, 미래와 관련된 의제는 부처간 융합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국가미래전략 전담 부서를 신설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안 후보의 권력분산 방안은 참신하기는 하나 개념이 명확하지 않고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기성 정치권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안철수 총리’라는 민주당의 후보 단일화 방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총리제를 기피한다는 해석도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