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의원에게 너무 관대한 법원과 검찰
입력 2012-10-10 18:36
검찰이 교육감 선거와 지방선거 선거비용을 부풀려 국고인 선거보전비용 4억여원을 편취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구속해야 하지만 국정감사 시기라 국회의 체포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아 불구속했다는 것이 검찰 설명이다. 그러나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 그가 비례대표 경선 부정 혐의로도 조사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가벼운 처벌이다.
검찰이 현역 국회의원의 비리수사를 시작할 때는 마치 황소라도 잡을 것처럼 기세를 올리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흐지부지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저축은행 퇴출 저지와 관련돼 검은 돈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도 마찬가지다.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내는 등 법석을 떨다가 결국 구속영장은 청구조차 하지 못했다.
법원도 마찬가지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당선무효형을 선고해 의원직을 박탈할 것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다가 막상 선고 때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광주고법은 최근 불법 경선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무소속 박주선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하고 풀어줬다. 박 의원은 국정감사장에 당당히 나타나 억울함을 호소하며 건재를 과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내 경선은 선거운동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 1심과 달리 이 부분은 무죄를 선고했다. 시시비비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가려지겠지만 항소나 상고를 하면 감형된다는 기대감을 높여 소송남발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무엇보다 1심과 항소심 재판부가 극단적으로 상반된 판결을 내려 사법부의 신뢰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현역 의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예를 들자면 한도 끝도 없다. 부산지검은 4·11총선을 앞두고 불법 자금을 지원한 무소속 현영희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 국회에서 체포동의안까지 받아냈으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버렸기 때문이다. 현 의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미진했는지, 법원이 봐주려 했는지 분명히 가려야 하겠지만 양측 모두 국민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검찰과 법원은 언제부터인가 정치권 인사가 피의자나 피고인이 될 경우 지나치게 눈치를 보는 버릇이 생긴 듯하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헌법재판관과 대법관 인사청문회를 국회의원들이 하기 때문에 이 자리를 노리는 현역 법조인들이 만약을 생각해 보험에 드는 심정으로 정치인을 관대하게 대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 분석이 사실이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사실은 현직 판사와 검사들이 더 잘 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