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신종수] 최경주 스폰서십

입력 2012-10-10 18:40


국내 많은 기업들이 유명 스포츠선수들과 스폰서십 계약을 맺고 있다. 특정선수를 후원하면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고 광고효과도 얻는 것이 스폰서십의 목적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어떤 선수를 좋아할까. 대표적인 선수가 프로골퍼 최경주다.

“유명한 선수가 되고 싶다기보다 훌륭한 선수라는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지난 주말 끝난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최경주 선수를 지난 8일 만났다. 그는 많은 사람을 배려하고 감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 공을 물에 던져버리는 선수가 있는데 그걸 아이들에게 주면 얼마나 좋아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대회 타이틀스폰서인 CJ그룹은 대회가 끝난 뒤 경기 외적인 그의 태도를 높게 평가했다. 그의 이름이 걸린 대회인 만큼 그는 호스트로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행사 진행을 세밀하게 신경 썼다고 한다. 그러면서 일궈낸 우승이라 더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도움받고 배우기도

최경주 선수가 휴대전화와 담배가 없는 대회 캠페인을 통해 갤러리 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것도 화제다. 지난해 대회 때는 캠페인에 동참한 갤러리 숫자가 2000명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무려 4600여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대회의 품격을 높이고 한국의 스포츠 마케팅 시장을 성장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CJ그룹 관계자는 “CJ와 최경주가 윈윈한 대회”라고 말했다.

그의 소속사인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최경주 선수가 우리 회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인지도를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진기자들의 촬영 요청에 일부러 SK텔레콤 로고가 있는 모자를 찾아 쓴 뒤 포즈를 취하고, 고객들에 대한 레슨 이벤트에선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까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정성껏 레슨을 해주는가 하면, 사인을 해달라는 직원들의 요청을 거절하는 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PGA에 처음 진출했을 때 1박2일 동안 스폰서십에 대한 교육을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 전까지는 선수는 경기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를 후원하는 기업들도 그에게 배울 것이 많을 것 같다. 후원사와 갤러리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태도를 통해 ‘고객중심’을, 그가 100억원을 내놓아 만든 ‘최경주 재단’으로 불우한 아동과 청소년들을 돕는 일에서 ‘상생과 사회공헌’을, 끊임없이 훈련하고 도전하고 샷을 개발하는 모습을 통해 ‘변화와 혁신’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에게 배울 것은 신앙을 통해 단련된 마음가짐일 것이다. 최근 출간된 자서전 ‘코리안탱크 최경주’에는 프로골퍼 닉 팔도가 “KJ는 그저 그런 스윙을 하는 선수인데 이상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를 우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 있다.

마음가짐과 태도가 더 중요

“공이 잘 맞으면 당연히 감사하고, 안 맞아도 감사하죠. 공이 안 맞는다고 원망하거나 상심하거나 핑계를 대거나 합리화하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으려 합니다. 공을 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그는 연습과 훈련은 다르며 하루에 400개 정도의 공을 치는 것은 몸 풀기나 다름없는 연습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웬만한 거리에서는 1야드씩 나눠서 마음대로 공을 보낼 정도로 지독한 훈련을 해야 하며, 죽어라고 훈련해서 안 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더 훈련해야 한다고 했다. 공이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당황하거나 흔들리지 않고 훈련에 의해 몸에 밴 매뉴얼에 따라 자동으로 샷을 할 정도가 돼야 한다는 그의 표정과 눈빛에서 탱크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종수 산업부장 js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