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軍 경계] 똑!똑!똑!… “나 귀순했수다”
입력 2012-10-11 00:36
軍, 최근 철책 넘어온 북한군 생활관 노크때까지 까맣게 몰라
지난 2일 강원도 고성 22사단 지역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는 최전방 철책을 타고 넘어 우리 군 장병들이 잠을 자고 있는 GOP(일반전방소초) 생활관에 와 직접 문을 두드리며 ‘귀순 의사’를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군은 이 병사가 비무장지대(DMZ) 4㎞와 최전방 경계초소(GP)를 지나 GOP 생활관 문을 노크할 때까지 전혀 몰랐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생활관 밖에 설치된 CCTV를 통해 북한 병사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는 10일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 귀순자가 소초(생활관) 문을 두드리고 우리 장병들이 나가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비무장한 북한 병사는 우리 장병 3명이 뛰어나오자 “북에서 왔다. 귀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이 병사는 당일 오후 8시쯤 DMZ 북측 철책과 전기철조망을 통과해 오후 10시30분쯤 3~4m 높이의 우리 측 철책을 타고 넘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 병사는 불빛을 따라 소초 건물로 이동해 문을 두드렸고 장병들이 오후 11시19분쯤 신병을 확보했다”고 했다. GOP는 소대원 40여명이 생활하며 경계(불침번) 근무를 하는 곳이다. 소초와 철책까지 거리는 10m다.
이처럼 22사단이 철책 경계근무를 소홀히 했고, 합참 실무라인에서 정 의장에게 귀순 과정을 거짓 보고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대대적인 문책과 징계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군은 또한 귀순 사실을 6일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감에서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질의하자 시인했다. 이 때문에 경계태세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낸 군이 귀순 자체를 숨기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병사는 22세의 중급병사(상병)로 키 160㎝, 몸무게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후방 부대에 근무하다 탈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