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몫’ 관행 깨고 40대 女대법관 제청
입력 2012-10-10 19:15
40대 여성 법관에게 남아 있던 마지막 대법관 자리가 돌아갔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10일 김소영(47·사법연수원 19기) 대전고법 부장판사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신임 대법관으로 제청했다. 김영란 전수안 박보영 대법관을 잇는 네 번째 여성 대법관 후보자다. 또 46세에 대법관이 된 이회창 전 판사에 이어 두 번째로 젊은 후보자여서 파격적인 인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후보자는 “제청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제가 제청된 것은 대법원에 다양성을 반영해 달라는 뜻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양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이면 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새 대법관으로 최종 임명될 예정이다.
김 후보자는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간 안대희 전 대법관 후임으로 임명제청됐다. 안 전 대법관 후임으로 검찰 출신의 김병화 전 인천지검장이 천거됐지만 7월 말 인사청문 과정에서 중도 사퇴했다. 이에 따라 검찰 출신 인사가 후보자로 제청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으나 양 대법원장은 ‘검찰 몫’ 관행을 깼다.
양 대법원장은 과거 관행 대신 파격과 소수자 배려를 택했다. 김 전 지검장이 수사 개입과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불명예 사퇴했기 때문에 또 다시 검찰 출신을 추천하는 데 부정적인 법원 안팎의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서울대 출신의 50대 남성 법관 위주인 대법원 구성을 여성 법조인 임명으로 다양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컸다.
결국 양 대법원장은 14일 동안 고심한 끝에 젊은 여성 법관인 김 후보자를 선택했다. 이로써 1949년부터 유지돼 온 검찰 출신 대법관 임명 관행도 허물어졌다.
경남 창원 출신인 김 후보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29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2002년 ‘금녀’의 영역이었던 법원행정처에서 첫 여성 조사심의관을 맡은 이래 첫 여성 지원장, 대법원 전속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총괄심의관을 거쳤다.
대법원 관계자는 “김 후보자가 임명되면 재판 업무와 행정 실무를 두루 거친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는 간첩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국가가 수십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하는 등 소외계층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후보자의 남편은 검사 출신의 백승민(49)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이고 부친은 대한변호사협회 부회장을 지낸 김영재(75) 변호사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