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 뚫린 軍 경계] 축소·은폐·거짓말… 약도 없는 軍 고질병

입력 2012-10-11 00:40

군이 북한군 병사 귀순 과정에서 경계 허점을 숨긴 것이 드러나면서 군의 고질적인 은폐 및 거짓말 습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군은 지난 6일 북한군 하전사 1명이 상관 2명에게 총격을 가하고 귀순한 사건이 발생한 뒤 이전에도 북한군 귀순 사례가 있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이 8일 국정감사에서 동부전선에서 지난 2일 귀순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고 질문하자 그제야 이번 귀순 사건을 털어놨다. 정승조 합참의장은 이어 “CCTV를 통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의 현장조사 결과 CCTV 녹화 분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군 소식통은 10일 “북한군이 소초 문을 두드릴 때까지 몰랐다는 것을 숨기기 위해 합참 보고라인이 허위 보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거짓말 사건 외에도 군이 사건사고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은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천안함 폭침 사건이 대표적이다. 폭침 당시 열상감시장비(TOD) 동영상 존재 여부에 대해 군은 두 번이나 입장을 번복했다. 군은 2010년 4월 1일 폭침 당시 TOD 동영상을 공개하면서 “순식간에 가라앉아 함미 부분이 찍힌 동영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후 7일 민군 합동조사단 발표에 TOD 동영상을 공개한 데 이어 같은 달 30일 천안함이 폭발한 지 36초가 지난 시점의 TOD 동영상을 또다시 공개했다. 천안함 사건 발생 시각을 3월 26일 밤 9시45분에서 9시30분→25분→22분으로 번복한 것도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국군기무사령부가 성 매수를 하다 경찰에 적발된 간부 2명이 민간인을 대신 내세워 처벌을 피한 사건, K-2 전차에 쓰일 독일산 엔진과 변속기 등 파워팩에서 수십 건의 결함이 발견됐지만 결함 건수를 축소했다는 의혹도 있었다.

이처럼 ‘불리한 것은 무조건 감추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군의 대응 태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고쳐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런 불투명한 관행이 지속될수록 군에 대한 국민적 의혹과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