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안전투자처 지위상실 위기” IMF금융안정보고서 경고

입력 2012-10-10 18:36

미국·일본도 ‘안전한 투자처’라는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국제통화기금(IMF)이 10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경고했다. IMF는 일본 도쿄에서 열리고 있는 연차총회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을 떨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렇게 진단했다.

◇금융안정보고서=IMF가 10일 발표한 세계 금융안정보고서는 총회 주최국인 일본을 향해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일본은 정부의 빚이 많고 그 빚을 대부분 시중 은행이 부담하고 있어 중대한 위기에 노출돼 있다”며 유로존에서 벌어지는 것과 유사한 국가 채무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IMF는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유로화 위기를 피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낮은 금리로 국채를 발행하는 반사이익을 봤지만 동시에 엔화 환율이 기록적으로 치솟으면서 수출과 생산이 위축되는 부담을 얻었다. 이는 민간부문의 차입 수요가 줄면서 시중 은행들이 국채를 과다하게 보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도 재정 적자 때문에 연방 정부 운영이 중단될 수 있는 ‘재정 절벽’ 위기에 처해 있다. IMF 수석이코노미스트 올리비에 블랑샤르는 “미국과 일본의 채무 수준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며 미국·일본도 안전한 투자처가 아닐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정 감독 보고서=IMF는 세계 각국 정부의 재정 상황을 점검한 보고서도 이날 발표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특히 선진국에서 점차 재정 균형이 이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빚은 줄고 있지만 금리가 떨어지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린다”며 2014∼2015년까지는 국채 금리가 안정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빚을 줄이기 위한 긴축 재정 때문에 경제 전체가 위축되는 상황도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노동조합총연맹은 IMF 총회에 맞춰 발표한 보고서에서 “재정 긴축이 일자리를 잃고 임금이 깎인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샤란 버로 국제노총 사무총장은 “그리스부터 인도네시아까지 사람들이 분노에 차서 거리로 나오고 있다”며 “노동자의 권리를 공격하는 일이 중단되지 않으면 정치 불안과 사회 동요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IMF도 “여유가 있는 국가는 재정 긴축 속도를 늦춰야 한다”며 부작용을 우려했지만 “단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 노력을 뒤로 미룰 수 없다”며 어정쩡한 태도를 취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