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운동은 신앙운동이 선행돼야 ”… FTA 이후 농촌교회 살길 100여년전 조민형에 묻다
입력 2012-10-10 21:11
농촌교회의 열악한 상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1920∼30년대 기독교 농촌운동을 이끌었던 조민형(1896∼1950) 장로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서울 공덕교회(고현철 목사)는 창립 110주년을 맞아 15일 오후 이 교회 장로였던 조 장로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행사를 갖는다.
◇왜 조민형인가=수 십 년 동안 농촌교회는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 교인 숫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인한 외국 농산물의 개방은 농촌교회의 위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런 농촌교회의 난제 앞에 놓인 화두가 ‘기독교 농촌운동’이다. 20∼30년대와 현 시대는 확연히 다르지만 조 장로가 펼친 기독교농촌운동에서 한국교회가 농촌교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다. ‘오직 성경 말씀대로’ 살기를 강조했던 조 장로의 사상은 위기에 놓인 농촌교회의 진로를 모색해 주고 있다.
◇기독교농촌운동의 배경과 내용=조 장로는 돌연히 협성여자신학대 교수직을 사직하고 농촌운동에 투신했다. 농촌경제가 악화되면서 농촌교회의 존립자체가 위태롭게 된 것이 이유였다. 또 이 무렵 사회주의자들이 안티 기독교운동을 벌이자 기독교인들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조 장로의 농촌운동은 합법적이고 온건한 노선을 표방했으며 ‘분배개선’ 보다 ‘생산증가’에 역점을 두었다. 그리고 운동의 순서를 문맹퇴치→단체조직→농사개량→지도자양성 등으로 설정해 운동을 이끌었다.
◇농촌운동은 신앙운동이 선행돼야=1929년 8월 ‘조선농촌구제책’을 출간한 조 장로는 농촌운동은 신앙운동이 선행돼야함을 강조했다. “농촌운동은 경제운동만이 아니다. 정신적인 기초가 없는 경제운동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런고로 정신운동 즉 신앙운동으로 농촌운동의 첫걸음을 삼지 않으면 안 된다….” 농촌에 관한 글이나 책에서도 그는 기독교를 통한 신앙운동이 경제운동 못지않게 중요함을 역설했다.
김포농장과 걸포리산업저축계를 통해 기독교농촌운동의 실제적 모델을, 글과 책을 통해 그 이론적 전형을 발견할 수 있다. 1948년 정부 수립 후 황해도 배천군수가 된 그는 농촌지방행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얻었으나 6·25 사변 때 미처 피난하지 못하고 공산군에 의해 납북,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이날 강연하는 한규무 광주대 교수는 “1920∼30년대와 오늘의 시대적 배경은 다르지만 한국농촌과 농촌교회는 여전히 위기에 놓여 있다”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한 방법도 당시와는 달라야 하겠지만 한국교회가 조 장로가 펼친 농촌신앙운동을 상기하며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