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15분 비에 시민들이 고립됐다… 대낮 산책로 걷다 물난리 만난 6명 구조

입력 2012-10-10 22:04

서울 한복판을 흐르는 청계천 물이 10일 한낮 15분간 내린 게릴라성 집중호우로 급격히 불면서 시민 6명이 고립됐다 구조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이런 일이 1년 전에도 발생한 적이 있어 서울시 수방대책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소방방재청은 이날 오후 1시5분 서울 청계천4가 예지동 배오개다리 밑 청계천 산책로를 걷다가 폭우로 삽시간에 차오른 물 때문에 고립됐던 김모(61)씨 등 5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또 삼일교와 수표교 사이 산책로에서도 1명을 구조했다고 덧붙였다. 소방방재청 관계자는 “짧은 시간 많은 비로 청계천으로 빗물을 흘려보내는 수문이 열려 급격히 수량이 늘어난 게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에는 낮 12시50분쯤부터 15분간 12㎜의 비가 내렸다.

청계천은 15분당 3㎜ 이상 비가 오면 청계천 광교∼고산자교 구간 54개 지점 벽면에 설치된 249개 수문이 열려 인근 빗물이 청계천으로 쏟아지도록 설계돼 있다. 청계천 주변 하수관거는 평상시엔 오수(汚水)가 흐르다 비가 내리면 빗물이 오수에 합쳐지는 합류식 구조다. 비가 많이 와 하수관거 수용량을 넘어서면 수문이 열린다.

청계천에서는 지난해 7월 27일에도 시간당 23㎜의 비가 쏟아져 20분 만에 수위가 1.7m까지 올라가면서 시민 12명이 고립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청계천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 관계자는 “수문 개방 전 여러 차례 안내방송을 하고 안전요원 6명이 대피 지시를 했지만 시민들이 잘 따르지 않았다”면서 “일부 시민들이 다리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다 고립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피방송이 충분히 전달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회사원 최모(47)씨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것 같긴 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가 발생한 상황에 대한 안내시스템의 개선을 지적했다. 공단 관계자는 “비가 오기 전과 출입 통제 전, 수문이 열리기 20∼30분 전에 여러 번 안내 방송을 내보낸다. 그러나 빗소리와 시끄러운 주변 소리가 섞이면 청계천 산책로에 있는 시민들에겐 잘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비만 오면 되풀이되는 사고를 확실히 차단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빗물 처리 방법을 내 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아직 없는 형편이다.

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