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3) 4달러짜리 모기장 없어 말라리아로 죽어가는 아프리카 아이들
입력 2012-10-10 17:40
모기장이 사치품 … 매년 어린이 60만명 사망
모잠비크에 사는 소녀 마리타(10)는 더 이상 웃지 않는다. 묻는 말에만 어쩌다 대답할 뿐 말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지난해 11월 단짝 말타가 말라리아로 세상을 떠난 이후부터다. 결국 학교까지 가지 못할 정도로 우울증세가 심해졌다.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탓이다. 당시 마리타는 최선을 다해 말라리아에 걸린 말타에게 물을 먹여주기도 하고, 땀을 닦아주기도 했지만 영혼의 벗이던 말타는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마리타에게 깊은 슬픔을 남긴 채.
특히 마리타의 큰언니 아씨아가 4년 전, 둘째 언니 레베카가 1년 전 말라리아로 숨졌기에 마리타의 충격은 더욱 컸다. 4명의 형제 중 반이 말라리아로 세상을 떴다. 마리타 역시 말라리아에 걸린 적이 있지만 다행히 살아남았다. “말라리아가 정말 싫고 무서워요.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떠나가게 하니까요. 말라리아에 걸리면 저도 언젠가 죽을 수 있겠죠.”
문제는 말라리아를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만 ‘가난’ 때문에 사람들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고 있다는 점이다. 모기장을 설치하면 예방할 수 있고, 치료약을 제때 먹으면 완치가 가능한 질병이 말라리아다. “말라리아는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가난의 문제입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580달러인 모잠비크에서 4달러인 모기장은 사치품이지요.” 월드비전 모잠비크 홍보팀 콘스탄자는 말한다. 또 만성적인 영양실조는 면역력 결핍의 원인이 되어 특히 아이들이 말라리아에 걸리면 치료할 새도 없이 세상을 떠나게 하고 있다. 겨우 말라리아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후유증으로 온몸에 마비가 오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말타에게도 모기장이 지원됐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말라리아에 걸려 사경을 헤매고 있을 때였다. 장례식에 눈물을 보이면 제대로 영혼을 보낼 수 없다는 모잠비크 전통 때문에 당시 눈물을 애써 참았다는 말타의 아버지 마뉴엘은 인터뷰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말타를 땅에 묻을 때 관습에 따라 딸의 모든 물건을 딸의 주검과 함께 묻었다. 몇 안 되는 물건 중에 모기장도 있었다. 아버지는 애틋한 심정으로 장례식 때 말타의 작은 몸을 하얀 모기장으로 쌌다. “천국에는 아픔도 없겠지만… 그래도 그 어디에서라도 우리 아이가 말라리아에 걸리지 않았으면 해서 그렇게 보냈지요.”
말라리아의 아픔은 단지 모잠비크만의 일만은 아니다. 콩고민주공화국 국경지대 에콰토리아(Equatoria) 내 카라와 세움(Ceum) 병원. 말라리아로 인해 3살 난 양가나는 목에 4센티미터 정도의 긴 바늘을 꽂고 수혈을 받고 있다. 양가나는 40도의 고열로 얼굴에 열꽃이 피었다. 힘없이 엄마 품에 안겨 푹 늘어져 있는 아이의 배는 영양실조로 부풀고, 가슴에는 앙상한 뼈가 드러났다. 면역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그에게 말라리아는 ‘죽음과의 싸움’이기도 하다. 양가나 옆에도 또 다른 아이들이 눈만 겨우 깜빡인 채 말라리아와 사투를 벌이며 누워있다.
“말라리아는 한마디로 살인자예요! 에콰토리아는 말라리아 지역이고 아이들 대부분이 말라리아에 걸리지요.” 이 병원의 간호사 수카는 말라리아가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말한다. 21만 9000명의 주민을 담당해야 하는 여기 병원 실정을 고려해보면 치료를 받게 된 양가나는 행운인 셈이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도 어렵지만 약도 현저히 부족하다. “약이 떨어지면 처방전을 지어 주긴 해도 약을 사먹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부족한 약을 조금씩 나눠먹다 보니 제대로 완치가 안 되고 죽지요”라며 수카는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아프리카에서는 매해 100만명이 말라리아로 사망하고 있으며 그 중 60만명이 어린이들이다. 모잠비크에서 만난 말타의 무덤에는 작은 십자가가 꽂혀 있었다. 그 옆에는 수많은 어린이들의 작은 무덤들이 자리하고 있다. 뒤쪽으로는또 무덤 구덩이가 마련되고 있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도, 아프리카에는 말라리아로 인해 피어보지도 못한 어린 꽃들이 그렇게 지고 있다.
글=김효정(월드비전 간사)·사진=존 워렌(미국 월드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