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노숙자 100원짜리 ‘천사의 동전’ 라오스 어린이에 희망
입력 2012-10-10 17:40
경기도 화성 ‘희망교회’ 해외아동 후원
경기도 화성의 한 초등학교 앞에 위치한 희망교회.
낮 12시가 좀 넘은 시각. 교회 앞에는 허름한 행색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잠시 후, 1시가 되자 교회 앞마당에 나온 김정일(52·사진 오른쪽) 목사는 모인 사람들과 함께 잠시 기도를 하고 ‘구제비’라고 적힌 봉투에서 1000원씩을 나눠줬다. 그러자 노숙인들은 100원짜리 동전 하나씩을 저금통에 넣고는 사라져갔다.
“늘 받는 것에만 익숙한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함께 돕자고 제안했죠. 여러분들도 힘들겠지만 지구 반대편에 정말 먹을 것이 없고 마실 물이 없어 고통 받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작은 동전들이라도 정성을 모아보자고 설득했습니다. 비록 100원짜리들이지만 모이면 누군가에는 큰 힘이 된다고 해서 이름도 ‘천사의 동전’이라고 붙였죠.” 김 목사는 올해 3월부터 이렇게 노숙인들과 함께 100원짜리 ‘천사의 동전’을 모아 월드비전을 통해 라오스 아동 1명을 후원해 오고 있다.
김 목사가 도움의 손길을 찾아 교회로 모여드는 노숙인들을 돌보기 시작하자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은 노숙인들이 교회를 찾아왔다. 그래서 2년 전부터는 매주 화요일 오후 1시로 정해놓고 1000원씩 구제비를 지원하고 있다. 구제비를 받아가는 노숙인들의 약 70∼80%가 후원에 동참하고 있다. 한 달 후원금 3만원 중 약 2만원 정도는 노숙인들이 내는 ‘천사의 동전’으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교회에서 부담하는 것.
김 목사는 2004년 4월 처음 교회를 개척했을 당시 교인 12명으로 시작해 교회재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그 당시에도 미자립교회와 장애인단체, 지역아동센터를 조금씩이나마 도왔다. 이후 교회재정에 안정을 찾은 2007년부터는 약 20여 기관을 돕고 있다.
“처음엔 어둡고 시무룩한 표정의 노숙인들이 많았지만 자주 만나서 그런 것인지 지금은 표정도 많이 밝아지고 눈도 맞추며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구제사역에 힘쓰며 계속해서 후원도 늘려나갈 계획입니다.”
글·사진=김수희 <한국 월드비전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