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용현 (7) 아내, 통금 어긴 아들에게 “잘못 키운 내게 회초리를”

입력 2012-10-10 21:09


아내는 내 사랑스러운 반려자이자 믿음의 선배다. 나는 오랜 시간 방황한 끝에 아내에게 믿음의 세계를 배웠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내에게 감사할 수밖에 없다. 믿음이 없는 아내였다면 나를 끝까지 받아주고 인내해줄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아내는 한때 혈압이 40까지 떨어져 숨쉬기조차 어려운 위기에 처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하나님은 아내의 병든 육체를 붙들어주셨다. 아내가 아팠던 건 순전히 나 때문이었다. 믿음의 길에 서길 바랐던 아내를 두고 나는 세상의 헛된 욕망에 빠져 허구한 날 돈만 바라보고 살았다.

하지만 아내는 진심으로 날 미워했을 때조차도 험한 말을 한 적이 없다. 오히려 매일 새벽제단을 쌓으며 남편의 고집을 꺾어 달라고 하나님께 눈물로 기도한 사람이다.

그러나 나는 툭하면 폭언을 내뱉기 일쑤였다. 일이 잘 안 풀린 날이면 집에 와서 괜히 트집을 잡았다. 신앙을 권면하는 아내에게 “당신은 지금껏 내가 벌어다준 돈 갖고 살았잖아. 그거 잊었어?”라고 쏘아붙였다. 그러면 아내는 “돈 없어도 상관없어요. 우리 예전에 가난했을 때처럼 시장에 나가서 새우젓 팔아요”라고 덤덤하게 대꾸했다. 그런 아내를 보면서 나는 화가 더욱 치솟았다.

“당신이 장사에 대해 알기나 해? 육신적인 욕심을 버려라. 늦게 들어오지도 마라. 도대체 나보고 일을 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돈보다 신앙생활이 우선이잖아요. 다짐한 거 잊었어요? 주님께서 지금 당신의 모습을 보고 기뻐하실까요?”

“그럼 당신이 나가서 돈 벌어와! 집에 가만히 앉아서 기도만 하면 세상 편하지!”

나는 감정이 격해지면 집안 물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폭군도 그런 폭군이 없었다. 철없던 나는 남편을 잘 달래지 못하는 아내가 얄미웠고 아내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었다. 아내가 주님을 바라보지 않고 나 하나만 바라봤다면 그 즉시 이혼 도장을 찍자고 했을 것이다.

이제는 아내가 더 큰 기도로 내 영혼을 어루만져왔음을 가슴 깊이 깨닫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부부 사이의 애정이 식는 경우가 많다지만 우리는 예전보다 더 좋은 관계로 서로를 힘껏 사랑해주고 있다.

아내는 자녀교육에 있어서도 남다른 철학을 가졌다. 아이들이 성년이 되자 밤 10시 이후를 통행금지 시간으로 정했다. 성인이 됐다고 자칫 방종하게 되면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릴 수 있다고 판단해서 통금을 만든 것이다.

하루는 장남이 친구들과 모임을 갖고 밤 11시가 돼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들이 문을 열어달라고 벨을 눌렀지만 10시부터 현관문 앞에 서서 기다리던 아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통금시간을 어겼으니 벌을 받아라.”

부모를 1시간 기다리게 했으니 아들도 밖에서 1시간을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눈이 내리는 영하의 날씨였는데도 아내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아들은 1시간을 꼬박 기다리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다.

그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아내는 회초리를 꺼내오더니 아들에게 쥐어주면서 “자식을 잘못 키운 엄마를 60대 때리라”고 했다. 제 손으로 차마 어미를 때릴 수 없었던 아들은 무릎을 꿇고 빌면서 다시는 통금시간을 어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이렇듯 엄격한 아내 때문에 아이들은 사춘기 시절은 물론 대학을 나와 결혼을 하기까지 단 한번도 말썽을 피운 적이 없다. 또한 아내는 신앙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신념을 아이들이 갖도록 만들었다. 어린이집 원장직을 내려놓고 현재 교회에서 ‘어머니 학교’ 봉사팀장을 맡고 있는 아내는 어머니들에게 “기도하는 어머니가 있어야 가정이 산다”고 가르치고 있다.

정리=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