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중 목사의 시편] 인생에 급제동이 걸릴 때

입력 2012-10-10 17:35


세계에서 제일 빠른 상용 슈퍼카인 ‘부가티 베이론 16.4’는 시속 400㎞ 이상으로 달리면 30분 만에 연료가 바닥난다고 한다. 물론 슈퍼 카의 특성상 연비가 안 좋은 탓도 있지만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속도로 30분 이상 달리면 타이어가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즉 이것은 자동차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강제휴식 조치인 셈이다. 차가 과속을 하면 문제가 생기듯 인생도 과속을 하면 문제가 생긴다. 그래서 팝의 여왕 고(故)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곡 중에 ‘Exhale’ (앨범명 Waiting to Exhale)이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인생 중에 가끔은 ‘숨고르기’를 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불과 52일 만에 유튜브 조회 4억회가 넘었고, 미국 빌보드 차트에서 한국 가수 역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으며, 미국과 유럽 등의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고, 세계 곳곳에서 ‘강남스타일 신드롬’을 낳고 있는 국제가수 싸이가 최근 곤경에 빠졌다. 우선 최근 서울광장에 8만명(경찰 추산)의 군중을 끌어모아 열광시켰던 그가 2시간의 공연 막바지에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소주 한 병을 ‘원샷’한 것이 화근이 되어 뜨거운 찬반 논란을 야기시켰다. 또한 이 공연 때문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때 한 문화예술계 인사로부터 소송을 당할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9일 현재 철회). 물론 그의 원샷과 이번 소송은 사실상 별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싸이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정적인 타격은 그에게는 생명의 은인이나 다를 바 없는 가수 김장훈씨와의 불화설에서 날아왔다. 김씨의 자살시도설과 해외이주설의 근본 원인이 싸이였음이 밝혀지고 둘 사이에 난투극이 있었다는 설까지 보도되면서 마침내 싸이의 영웅적인 이미지는 퇴색되고 있다. 더구나 그의 공연이 김씨의 공연을 표절했다는 시비까지 불거지자 창의적인 가수라는 그의 이미지까지 손상되고 있다. ‘배신자와 표절자라는 딱지는 그의 마약 및 군대비리 전력 못지않게 계속 그를 괴롭힐지도 모른다. 결국 싸이는 불과 2달 만에 천국과 지옥을 모두 경험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처럼 짧은 시기에 극과 극을 경험하는 현상은 인생에서 과속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경험하는 ‘인생의 급제동’ 현상이다. 한마디로 과열된 삶을 차분히 식히고 한번쯤 주변을 둘러보며 숨고르기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인생에 급제동이 걸린다고 해서 좌절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더 나은 발전과 성장을 위해 하나님께서 주신 소중한 냉각기에 대해 감사하며 이 기회를 잘 선용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사울왕과 다윗왕의 결정적 차이였다. 둘 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민족의 영웅이 되었다. 그후 둘 다 감당하기 힘든 인생의 위기를 맞았는데, 사울은 그 위기 때문에 패망의 길로 들어선 반면 다윗은 그것을 성공의 기회로 만들었다. 인생의 급제동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꿈의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