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잔학행위 고발…파키스탄 10대 소녀 피격

입력 2012-10-10 01:16

파키스탄의 14세 아동권리 운동가 마랄라 유수프자이(사진)가 9일 하굣길에 무장세력 탈레반의 총격을 받았다.

유수프자이는 탈레반 근거지였던 파키스탄 북부 스와트 계곡의 밍고라에서 머리와 목에 총탄을 맞았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유수프자이가 수업을 마치고 학교 버스에 오를 때 괴한 2명이 총을 발사했으며, 그의 친구 2명도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유수프자이는 11세 때인 2009년 여성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탈레반의 잔학상을 BBC방송 블로그에 고발해 세계적인 유명세를 얻었다. 지난해에는 파키스탄 정부로부터 평화상을 받았고 국제인권단체의 국제어린이평화상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이후 유수프자이는 많은 위협에 시달렸다. 9일 사건 당시 괴한들은 학교에 도착한 뒤 이 소녀 행방을 물었고, 소녀가 교실에서 나와 버스에 타려는 순간 총격을 가했다.

유수프자이는 피격 직후 병원으로 후송됐다. 현지 의료진은 이 소녀가 머리에 관통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밝혔다. 한 의사는 “탄환이 두개골을 뚫고 나왔지만 뇌는 다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번 사건을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대변인 에사눌라 에산은 “유수프자이는 어리지만 서방세계를 동경하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우상으로 여겨온 인물”이라며 “서구 문화를 부추기고 탈레반에는 항의했다”고 총격 이유를 설명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