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영토분쟁 후폭풍… 동아시아 경쟁적 전력증강
입력 2012-10-09 22:01
인도네시아는 한국산 잠수함을 구매했다. 중국과 미국에서 국경 감시용 레이더 시스템도 들여온다. 베트남은 전투기와 잠수함을 러시아에서 샀다. 세계 5위의 무기 수입국인 싱가포르도 첨단 무기 확충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과의 영토분쟁을 겪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무기 구매를 늘리고 있다고 9일 보도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동남아 국가들의 지난해 국방비는 2002년에 비해 42%나 늘었다.
국방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의 아시아태평양판 편집자 제임스 하디는 “경제 성장으로 이 지역 국가들은 수출입 선박의 안전 보장, 해상 수송로 확보, 배타적 경제수역 보호를 위해 쓰는 돈이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동남아 국가들의 무기 구입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투함, 순찰선, 레이더 시스템이고 전투기와 잠수함, 대함미사일을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도서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5만4700㎞에 이르는 해안선을 지키기 위해 이미 보유한 2대의 잠수함에다 추가로 3대의 잠수함을 한국에 주문했다. 대함미사일도 도입하기 위해 중국과 논의 중이다.
말레이시아는 프랑스제 스콜피온급 잠수함 2대를 도입했고, 베트남은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6대를 구매했다. 태국도 스웨덴 사브에서 잠수함과 전투기, 대함 미사일을 들여올 계획이다. 싱가포르는 미국 보잉사에 F-15SG 전투기 제작을 의뢰했고 4대의 챌린저급 잠수함을 보조하기 위해 아처급 잠수함을 스웨덴에서 사들였다.
최근의 국방비 증가는 중국과의 영토 분쟁이 큰 영향을 줬다. 지난달 취역한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호는 남중국해에 배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은 이 지역에 풍부한 석유와 가스 매장량 때문”이라며 “중국이 해군 전투력을 증강하면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브루나이도 국방비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긴장이 상존하는 동북아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일본의 차기 총리로 유력한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8일 아이치현 강연에서 “정권을 잡을 경우 해상보안청과 방위 예산을 늘려 단호하게 섬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에도 일본과 중국은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군수업체들도 이라크·아프간 전쟁 이후 새로운 무기고로 떠오르는 아시아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 록히드마틴과 보잉은 해외 수익의 4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거두고 있다. 무기의 9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은 향후 5년간 무기 체계 향상에 18억 달러를 지출할 계획이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