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父子 나란히 금빛 질주… 전국장애인체육대회 사이클 트랙서 ‘부전자전’

입력 2012-10-09 19:28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아들이 어렸을 때 숨을 헐떡거리며 페달을 밟으면 한 손을 놓고 ‘묵묵히’ 아들의 엉덩이를 힘껏 밀어줬다. 힘을 얻은 아들의 자전거는 다시 힘차게 굴러갔다. 아들은 사이클에 푹 빠진 아버지 덕분에 세 살 때부터 자전거를 탔다. 충주성심학교에 다니던 열 살 때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시작해 현재 엘리트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아들의 코치이기도 한 아버지는 영락없는 ‘아들 바보’다. 청각장애를 가진 김재범(51)과 명회(21·이상 충북 대표) 부자(父子) 얘기다.

김명회는 8일 의정부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남자 트랙 4㎞ 개인 부문에서 5분41초26으로 골인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들의 ‘금빛 레이스’에 신이 난 아버지도 이어 열린 1㎞ 독주에서 1분19초72로 결승선을 통과해 정상에 올랐다. 이들 부자는 2008년 제28회 광주체전에서도 나란히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아들과 나란히 금메달은 목에 건 아버지는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금메달로 보상돼 기쁘고, 아들의 금메달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같이 훈련하여 금메달을 같이 따게 돼 참 좋다”고 화답했다.

김명회는 처음 사이클을 시작했을 때 아버지에 비해 체력적으로, 기술적으로 많이 부족해 애를 먹었다. 더욱이 말을 들을 수 없어 더 힘들었다. 아버지는 힘겨워하는 아들과 함께 질주하며 눈빛과 수신호로 얘기를 나누며 훈련을 도왔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는 아버지 김씨는 사비를 털어 사이클 장비를 구입해 훈련해 왔다. 장애인올림픽에도 참가한 경력이 있는 실력파다. 지난 10여년간 각종 국제대회에 참가해 최고 성적 5위까지 기록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신의 올림픽 금메달 꿈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아들의 꿈은 아버지의 꿈을 이루는 것이다. 김명회는 내년 불가리아에서 열리는 세계농아인올림픽 출전을 노리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은 10일 남자 개인도로 35㎞에서 대회 2관왕 타이틀을 놓고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인다. 핏줄과 장애, 그리고 꿈까지 함께 나눈 부자의 레이스, 참 아름답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