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가을잔치’ 준PO 뚜껑 열어보니… 구멍난 수비·사라진 장타

입력 2012-10-09 19:28

가을잔치의 첫 관문에서 만난 두산과 롯데의 약점이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부터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두산은 일발장타를 날릴 수 있는 거포가 없고, 롯데는 고질적인 내야수비 불안 때문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두산은 준PO 1차전에서 한 방을 날려줄 해결사가 없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상대 실책으로 대부분 점수를 얻었을 뿐 순수한 타격만으로 낸 점수는 단 1점에 그쳤다. 두산은 올 시즌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던 4번 타자 김동주 없이 준PO를 치르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두산에서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선수는 김동주 대신 4번을 맡은 윤석민과 넥센에서 이적한 오재일, 타격 기계 김현수 뿐이다. 준PO 미디어데이에서 롯데 손아섭은 “두산에서 장타를 날릴 수 있는 선수가 김현수 밖에 없는 것 같다”며 상대를 자극하기도 했다. 윤석민은 경험 부족을 노출하며 홈런포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오재일은 1차전 연장 10회초 수비도중 투수 김강률과 부딪혀 부상을 입었다. 김현수도 9회말 병살타를 치며 또다시 가을잔치에 약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따라 두산 김진욱 감독은 최준석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올 시즌 최준석은 6홈런 30타점 타율 0.250에 그치며 1차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최준석이 두산 타선에 중심에 선다면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롯데는 내야 수비 불안이 안타깝다. 포스트시즌과 같은 단기전에선 실책 하나가 승부를 가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롯데는 1차전에서 무려 4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5회말에는 무려 3개의 실책을 범하며 점수가 3-0에서 3-4로 역전됐다. 실책이 그대로 점수로 연결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5회에 저지른 3개의 실책은 역대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실책 타이 기록이다. 8회초 박준서의 극적인 동점포가 없었다면 실책 때문에 다 이긴 경기를 내줄 뻔 했다. 간신히 승리를 챙겼지 내용면에서 졸전이었다.

롯데의 내야 불안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준PO에서도 롯데는 4경기에서 8개의 실책을 저질러 준PO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를 남기며 자멸했다. 2010년 준PO에서도 롯데는 두 경기를 먼저 이겼음에도 3차전에서 이대호의 결정적인 실책으로 분위기를 넘겨줘 내리 3연패를 당하는 치욕을 맛봤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실책이 많이 나온 5회에는 고등학교 야구를 했다. 그라운드가 딱딱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핑계”라며 선수들에게 집중력을 당부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