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마저… 한국 2012년 성장률 2.7%로 하향

입력 2012-10-09 19:02

국제통화기금(IMF)조차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췄다. 3.0%로 전망한 지 한 달 만이다. 국내외 연구기관 등이 앞 다퉈 ‘2% 성장’에 가세하자 3%대를 고수하던 정부도 한발 물러서고 있다. 정부는 최근 경제 상황을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IMF는 9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우리 정부와 연례협의를 거친 뒤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예측한 수치보다 0.3% 포인트 내렸다. 내년 경제성장률도 지난달(3.9%)보다 0.3% 포인트 낮은 3.6%로 하향 조정했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3%, 내년은 3.6%로 관측했다. 지난 7월보다 각각 0.2% 포인트, 0.3% 포인트를 깎았다.

IMF는 보고서에서 무역 의존도가 높고 대외 경제여건에 민감한 우리 경제의 특징에 주목했다. 이미 재정위기에 따른 유럽의 긴축정책, 긴축으로 유발되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여기에 미국의 ‘재정 절벽’도 위험요인이다. 미국 정치권이 합의하지 못하면 당장 내년부터 재정지출을 삭감해야 한다. 세제감면 기한 종료까지 겹치면서 성장률 하락, 기업 투자·채용 감소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미국 경제의 추락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다.

또 IMF는 신흥국의 경우 해외자본 유입에 따른 자산버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조치를 시행하라고 주문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등으로 확대된 글로벌 유동성이 국제신용평가사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우리나라로 쏠릴 수 있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은 “IMF의 지적에 공감한다”면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IMF까지 2%대 성장률을 내놓자 정부도 차츰 경기침체 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3%로 내다봤다. 기재부는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내고 “세계경제 둔화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소비와 투자심리 회복이 지연돼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린북에서 드러나는 정부의 경제 상황 인식은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연구위원은 “경기가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금리를 내려야 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금리 인하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