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크루즈 선박들은 몰려오는데… 전남지역에 전용부두가 없다
입력 2012-10-09 19:14
한류와 여수엑스포를 계기로 외국 크루즈 선박들이 많은 관광객을 싣고 우리나라 서남해를 찾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하지만 전용부두가 없어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남에 유일한 여수 크루즈 부두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끊고 출입국관리시설이 들어서야 될 배후부지마저 민간에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남도는 9일 “여수엑스포 관광객을 맞기 위해 국비 356억원을 들여 만든 크루즈 부두의 운영권이 지난달 5일 엑스포조직위원회에서 여수해양항만청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여수 부두는 기상여건에 상관없이 대형 크루즈 선박의 접안이 가능해 서남해 최적의 크루즈 부두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수간만의 차를 감안해 수심을 12m로 깊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여수엑스포가 열린 3개월여 동안 7만5000t급 빅토리아호와 7만t급 로열캐러비안 레전드호, 2만3000t급 후지마루호 등이 13차례 2만명에 가까운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여수를 방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엑스포 폐막 직후 세관 등 통관 관련기관들이 여수 부두에서 일제히 철수하고 해양항만청이 접안시설 이용마저 중단했다. 이 바람에 이 부두는 ‘혈세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제 기능을 서서히 잃어가는 실정이다. 게다가 정부는 엑스포 투자예산을 회수한다는 명목으로 출입국관리사무소와 세관, 검역소, 면세점, 주차장 등 부대시설 조성에 필요한 10만여㎡의 배후부지를 민간에 팔기로 해 크루즈 관광객 유치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전남도는 내년 4월 개막하는 순천정원박람회 등 각종 국제행사를 앞두고 해외 크루즈 선박의 접안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는 연간 24억원의 운영비 지원을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도는 크루즈 관광수요가 연간 100만명을 넘은 중국의 경우 현재 스타크루즈호 등의 선사가 최소한 15차례 여수 운항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 내 16개 여행사와 상하이∼여수 등을 잇는 연간 100회 이상의 크루즈 운항을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간 영토분쟁에 따라 중국 관광객들이 크루즈 여행지를 기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꾸는 추세”라며 “배 안에서 잠을 잘 수 있는 크루즈 관광은 숙박시설이 부족한 전남지역 관광산업 활성화의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수=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