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곳간 든든” 자신감… 한·일 갈등도 작용한 듯

입력 2012-10-09 21:49


한·일 통화스와프 중단 선언 안팎

정부가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57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은 우리 경제의 대외 건전성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됐다. 정부는 “순수한 경제적인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독도 문제로 인한 한·일 간 갈등이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어 정경분리 원칙이 훼손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우선 한·일 통화스와프 연장 종료가 우리 경제에 거의 영향이 없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는 풍부한 외환보유액에서 비롯됐다. 2008년 3월까지만 해도 2643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그해 9월 리먼 사태에 따른 외화유동성 부족으로 연말 2012억 달러까지 급격하게 감소했다. 미국 일본 등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안전판을 마련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이후 경상수지 흑자와 지속적인 외화유동성 회수로 지난 5일 현재 외환보유액은 32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올라섰다.

최근 우리나라 신용등급이 국제신용평가사들로부터 잇따라 상향 조정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외 신인도 지표도 크게 좋아졌다. 부도 위험을 보여주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해 10월말 137bp(1bp=0.01% 포인트)에서 지난 5일 83bp로 낮아졌다.

최종구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지난해는 달러 부족을 걱정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급격한 달러 유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할 정도다.

하지만 일본과 껄끄러운 정치적 관계가 영향을 미쳤고, 국제사회에서 어떻게든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있다. 지난 8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일본은 통화스와프 종료, 한국 국채 투자 보류 등 다양한 정책적 압박 카드를 내밀며 우리를 자극했다.

정부는 금융시장이 안정된 뒤 시장에 별 다른 영향 없이 계약이 종료된 과거 사례를 거론하며 독도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결정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 차관보는 “2010년 만기였던 한·미와 한·일 통화스와프도 연장 없이 종료됐다”면서 “기간이 정해진 통화스와프는 상황이 개선되면 종료하고, 필요하면 다시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도 “한·일 외교문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거들고 나섰다. 일본 정부도 정경분리 원칙에 입각한 ‘경제적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일본과 해외 언론들은 독도 문제로 양국 관계가 악화된 것을 배경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 조치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급변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만일의 위기 상황에 대비하려면 방파제는 높이 쌓을수록 좋다는 지적이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통화스와프 계약 종료가 심리적으로는 우리 통화의 안정성이나 경제의 신뢰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국제사회에서 느끼는 우리 경제의 신뢰도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고 우려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