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안철수 속내는… “3자구도 필패론 동의… 단일화, 충분조건 아닌 필요조건”

입력 2012-10-09 22:12

기자들이 9일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에게 물었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가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 후보는 “할 수 있다”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이 짧은 답변 속에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안철수의 생각’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정치 개혁의 국민적 기대를 담아 안 후보로 단일화하자는 것이다.

◇“안철수로 단일화가 정답”=안 후보 측은 정권 교체를 위한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안 후보가 붙는 3자 구도로 가면 야권이 패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안 후보 측 박선숙 공동선대본부장은 YTN 인터뷰에서 “(3자 구도 야권 필패론에) 동의한다”며 “그러나 단일화는 (승리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가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잘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후보 측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야권이 패한 데서 보듯 화학적 융합이 이뤄지지 않은 기술적인 후보 단일화로는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때문에 안 후보가 그동안 강조해온 대로 민주당이 정치 쇄신을 하고 난 뒤에야 후보 단일화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러나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민주당이 안 후보가 원하는 정치 쇄신을 보여주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정치 쇄신에 대한 시각차도 크다. 문 후보는 전날 안 후보의 정치 쇄신 주장에 대해 “정당 밖에서 정치를 바꿔야겠다고 말하기는 쉽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독자 노선을 고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 진영에 새 정치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충분히 새판을 짤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일화 열쇠는 ‘여론’=정치권은 여론조사 등을 통해 드러난 국민들의 단일화 요구가 높으면 안 후보와 문 후보가 어떤 형태로든 후보 단일화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안 후보가 아무리 새 정치를 중요하게 여겨도 정권 교체가 먼저라는 여론이 대세일 경우 무시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안 후보가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처럼 양자 담판을 통해 양보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하다. 안 후보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이후에도 정치인으로 살겠다고 했다. 정치 쇄신을 목표로 정치에 뛰어든 그가 뚜렷한 결실을 맺지 않고 양보할 리는 만무하다. 제1야당 후보인 문 후보가 명분과 절차 없이 후보직을 내놓기는 더욱 더 힘들다.

결국 여론조사 등 경선을 통해 단일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양측이 아직은 단일화 논의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어 후보 단일화가 일러야 다음 달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단일화에서 이기면 민주당과 함께 대선을 치르면 되고, 지면 ‘안철수표 개혁 정치’를 하면 되기 때문에 안 후보는 앞으로도 단일화 논의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