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내홍 해결하려면 권력 나눠야
입력 2012-10-09 18:43
구성원들은 대선 전망 불확실하다고 분란 부추겨선 안돼
새누리당 집안 꼴이 말이 아니다. 박근혜 대선 후보가 공약한 ‘국민 행복’ ‘정치 쇄신’ ‘국민 대통합’이라는 3대 과제를 김종인·안대희·한광옥씨에게 각각 맡겼으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경제민주화를 놓고 이한구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당무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검사 시절 자신이 수사했던 한광옥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내정한 것에 반발해 사퇴 배수진을 치며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이상돈 정치쇄신특별위원을 비롯해 지난 총선 때 박 후보를 도왔던 인사들은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소위 비박(非朴) 재선 의원들은 지도부의 전면적인 물갈이를 요구하고 있다.
자중지란(自中之亂), 소장지변(蕭牆之變), 오합지졸(烏合之卒). 이것이 대선을 70여일 앞에 둔 새누리당의 현주소다.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대선에서 표를 달라고 유권자들에게 호소할지 의문스럽다. 구성원들이 정권 창출 의지를 공유하고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내홍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다. 하나는 박 후보의 독선적 리더십이다. 중량급 인사를 영입할 때 보안을 유지하는 건 필요하다. 하지만 박 후보 혼자 스크린하고, 결정하고, 담판 짓는 것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한광옥씨 경우가 대표적이다. 대통합을 위해 김대중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한씨를 끌어안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법하다. 하지만 삼고초려 끝에 영입한 안 위원장이 발끈할 소지는 미처 예상치 못했다. 시스템이 아닌 박 후보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결과 내분이 초래된 것이다.
박 후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측근들과 지도부 책임도 크다.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 박 후보가 정확히 판단할 수 있도록 온갖 경우의 수(數)를 제시해야 함에도 박 후보 의중을 떠받드는 데만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서 “박 후보를 여왕처럼 모시기만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까닭이다.
박 후보 주변 인사들의 사욕(私慾)도 문제다. 특정인을 지목하면서 그 사람과 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박 후보에게 강요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유권자 입장에선 대선 전망이 뿌연 상황에서 자리싸움을 벌이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박 후보는 한때 친박(親朴)계였다가 이탈했던 김무성 전 의원을 선대위에 중용하는 것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정치쇄신과 국민대통합 모두를 실현시키기 위한 산고”라면서 안 위원장 등에 대한 설득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책을 마련하지 않고는 언제든 다시 폭발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려면 박 후보가 권력을 나눠야 한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분야별로 참모를 임명했으면 그들을 믿고 그들의 의견에 따라야 한다. 박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독재할 것으로 여기는 유권자들과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많아지고 있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