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군 기강 해이 남쪽이 더 심각한 것 아닌가
입력 2012-10-09 18:40
최근 북한군 병사들이 상관을 살해하면서까지 잇따라 귀순해 북한군의 기강 해이가 심각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된다는 보도가 나오지만 정작 기강이 크게 풀린 것은 한국군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귀순한 북한군 병사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아군 초소에 도달할 때까지 우리 군이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군 병사가 귀순자였기에 망정이지 총기나 수류탄을 들고 와 아군을 해치려 했으면 어찌 됐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하다. 군언(軍諺)에 ‘싸움에 지는 것은 어쩔 수 없으나 경계에 실패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했거니와 최전방 철책선 경계·경비가 이처럼 허술하다는 것은 도대체 말이 안 된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통합당 김광진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일 북한군 병사 1명이 동부전선 철책을 뚫고 남하해 귀순했다. 경기도 파주시 경의선 남북관리구역에서 북한군 병사가 상관 2명을 살해한 후 귀순하기 나흘 전이다. 우리 군은 이 병사가 아군 초소에 접근한 뒤에서야 초소 생활관(내무관) 밖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그를 확인하고 신병을 확보했다. 군은 해당 부대의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껏 귀순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던데 비추어 경계에 허점이 있었던 것이 거의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김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에도 북한의 이탈주민 1명이 서부전선 철책을 뚫고 넘어와 강화군 교동도에 은신해 있다가 5일 만에 발견됐다. 그나마 주민신고를 받고서였다. 동서 가릴 것 없이 삼엄해야 할 경계지역이 완전히 뚫린 셈이다. 이래놓고 ‘강군’을 외쳐본들 무슨 소용인가.
철책선의 허술한 경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10월에는 남한의 한 민간인이 이번에 북한 병사가 귀순한 동부전선 지역에서 철책선을 뚫고 월북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우리 군은 북한이 이 사실을 방송으로 보도할 때까지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부랴부랴 조사해 보고서야 철책선이 남에서 북쪽 방향으로 절단된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당시 해당 부대 최고 지휘관부터 현장 경계병까지 모두 문책을 당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겨우 3년이 지난 지금 같은 지역에서 또 같은 일이 발생했으니 더욱 한심스럽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 못 고친 격 아닌가. 이 같은 경계 태만 또는 기강 해이는, 일반 국민은 물론 군에까지 침투한 겉보기만의 평화에 젖은 타성 탓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교류만 강조하는 정치권의 그릇된 남북관계 인식에 기반한 전반적인 안보의식 해이와도 무관치 않다. 특히 최전방을 책임진 병사들을 비롯해 장병들을 상대로 한 대북 경계의식 강화 등 정신교육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