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층책상·기러기 아빠의 공간… 삶을 풀어낸 디자인 ‘인생사용법’
입력 2012-10-09 18:24
가을 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가족나들이를 가고 싶지만 가벼워진 주머니가 발목을 잡는다면 서울역을 찾아보자. 서울 시내, 또는 시 외곽 지역에서도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한번에 오는 곳. 그곳에서 보고 즐길 수 있고, 삶과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구 서울역사에 자리 잡은 문화역 서울 284에서 열리는 ‘인생사용법’이 그것.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주관으로 지난달 13일 시작돼 11월4일까지 이어지는 이 전시회는 국내 디자이너, 건축가, 작가 36팀(68명)이 초청되어 신작 70여점을 선보인다.
한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집단을 위한 디자인을 통해 우리 사회문제를 진단하는 코너가 특히 눈길을 끈다. 김상규 작가의 ‘기러기 아빠를 위하여’는 외국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와 환율 정보판, 그리고 작은 냉장고와 책상 하나가 합쳐진 가구로 혼자 남은 아빠의 외로운 생활을 보여 준다.
소외된 집단을 돌아보는 작품도 있다. 김재경 건축사진가와 신혜원 건축가는 한국의 옥탑방 문화를 생생하게 보여 준다. 디자이너 자신들을 위한 디자인을 소개하는 작품들은 작가의 생각을 엿보는 재미를 더한다. 김영나 작가는 방 하나를 자기 작업실로 꾸며 작가들의 내밀한 공간을 소개한다. 이미경 작가의 침대와 책상이 결합된 ‘이층책상’은 좁은 집에 사는 이들이라면 ‘나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부대행사도 짭짤하다. 미술평론가 정치철학연구자 등이 강사로 나서는 특강 ‘노멀 토크 2012’와 전시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토크 프로그램’(표 참조)도 마련된다. 또 작은 공간에서 사용하는 스톨(의자) 제작이 무료로 진행된다. 제작비도 따로 받지 않는다. 20, 21,27,28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며, 회당 10명 선착순 마감. 10일부터 홈페이지(www.seoul284.org)에서 신청 접수를 받는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