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기독교환경운동연대, 서른살 맞는 두 기독단체 30년 회고와 과제
입력 2012-10-09 21:15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각각 창립 30주년을 맞이했다. 이들 단체는 상임근무자 5명 안팎의 작은 단체이지만 교계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들 단체를 이끌고 있는 대표들을 만나 지난 30년에 대한 회고와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봤다.
교회역사 강좌 개설 등으로 한국교회 사랑에 보답할 것
한기연 이덕주 소장
이덕주(60) 감리교신학대 교수에게는 2가지가 없다. 휴대전화가 없고, 운전면허증이 없다. “조금 불편할 뿐이지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에는 아무런 장애가 없어요.” 대신 그는 올 초 직함을 하나 더 갖게 됐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한기연) 소장. 9일 서울 냉천동 감신대 연구실에서 이 소장을 만났다.
그는 한기연이 만들어질 당시 막내 멤버로 참여했다가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올 초 조직의 수장에 올랐다. “1세대(30년)에서 2세대로 넘어가는 시점에 연구소의 역사와 전통을 잘 정리해서 넘겨주라는 선배님들의 요청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1982년 ‘한국기독교사 연구회’로 출발한 당시 한기연의 창립 멤버는 8명, 지난달 말 현재 회원수는 400여명에 달한다. 숫자로만 보면 50배나 성장한 셈. 뿐만 아니라 초기부터 지난달 말까지 월례 공개강좌를 305회째 진행할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소장은 지난 30년간 연구소가 뿌린 씨앗의 열매로 전무하다시피 했던 한국기독교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 기틀을 마련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창립 초기 우리나라의 기독교 역사 연구 자료나 연구 인력은 거의 없었어요. 그때 회원들이 사재를 털어 연구하고 자료를 공유하면서 연구의 지평이 넓어졌지요.”
한국기독교를 줄곧 연구해 온 기독역사학자가 바라보는 지금의 한국교회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교회는 그동안 서구교회가 경험했던 부흥과 핍박, 순교, 선교의 열매까지 압축해서 경험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교회의 본질, 즉 정체성 회복입니다. 1907년 평양대부흥 운동을 통해 경험했던 진실한 회개와 반성이 절실한 때입니다.”
이 소장은 한기연의 향후 과제 중 하나로 ‘한국교회를 위한 서비스’를 꼽았다.
“지금까지 우리 연구소가 한국교회의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이제 사랑의 빚을 갚는 데 힘쓸 겁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을 위해 다양한 역사유적 답사 프로그램과 교회역사 강좌 개설, 교회인물 위인전 보급 방안 등을 강구 중이라고 이 소장은 소개했다.
한국교회, 창조질서 회복 환경목회·환경선교 힘써야
기환연 양재성 사무총장
충남 아산의 ‘촌놈’이 반평생 넘도록 교회의 환경운동에 몸담게 된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모태신앙인 데다 중학교 때까지 시골 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환경 쪽에 관심이 가더라고요. 감사한 일이지요.”
8일 서울 불광동 팀비전센터에서 만난 양재성(49) 기독교환경운동연대(기환연) 사무총장이 이 단체에 몸담은 지는 25년쯤 됐다. 올해 서른 살을 맞이한 기환연에서만 인생의 절반을 바친 셈이다. 기환연은 상근 인원이 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다. 하지만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규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한국교회의 자랑거리로 회자되는 단체다.
“기환연은 ‘한국공해문제연구소’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최초의 환경운동단체입니다. 당시에만 해도 생소한 환경운동을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문제의식을 갖고 첫발을 내디딘 건 한국교회는 물론 우리나라의 환경운동 역사에서도 큰 자부심이죠.”
양 사무총장이 바라보는 기환연의 지난 30년사는 ‘고군분투’에서 ‘십시일반’으로 바뀌고 있는 과도기에 있다고 표현할만했다. “환경운동에 대한 목회자나 성도들의 인식이 처음에는 낮았어요. 그 이유는 한국의 교회들이 지나치게 물량·성장주의에 치우쳤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많은 교회와 교계 단체들이 환경운동의 중요성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향후 교회의 환경운동이 ‘필수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원전사고를 비롯해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 사고, 최근 발생한 구미의 불산가스 누출 사고 등 환경 이슈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제기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사후 봉합보다는 사전 예방 차원에서 환경목회, 환경선교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양 사무총장은 현재 기환연이 환경보전에 힘쓰는 교회를 선정·격려하는 ‘녹색교회’ 캠페인과 안전한 먹거리를 사용하자는 ‘생명밥상운동’ 등을 전국 교회에 확대하기로 했다. 기환연은 오는 25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감사예배를 겸한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한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