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정치인이 들어야 할 자국 지식인들의 목소리

입력 2012-10-09 18:39

일본의 우경화를 비판하는 자국 지식인들의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고노 요헤이 전 관방장관은 8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시인하고 사죄했던 1993년 ‘고노 담화’를 폐지·수정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일본의 인권의식이 의심받고 국가신용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담화가 나온 경위에 대해 “16명의 위안부에게서 직접 청취한 결과 일본군이 여성을 위협해 연행했고, 공장에서 일하게 된다고 속았으며, 때로는 하루에 20명이 넘는 병사들을 상대해야 했고, 일본군이 패주할 때 버려졌다는 참혹한 체험을 들었다”고 공개한 뒤 “증언 내용을 본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도 충격을 받았다”며 담화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독도와 댜오위다오 문제로 동북아의 긴장이 높았던 지난달 28일 일본 지식인들은 ‘일본의 양심’으로 불리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에 겐자부로를 비롯한 1270명의 서명이 담긴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일본의 독도 편입은 러일전쟁 기간 일본이 대한제국의 식민지화를 진행하며 외교권을 박탈하려던 중에 일어난 일로, 한국인들에게 독도는 단순한 섬이 아니라 침략과 식민지배의 원점이며 그 상징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직언했다. 대표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도 같은 날 아사히신문에 기고문을 내고 “영토 분쟁이 국경을 넘나드는 영혼의 왕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궤변과 거짓구호가 판치는 현실에 진실을 일깨우는 양심의 소리가 일본 사회에 살아 있다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사히신문이 1면 머리기사와 함께 무라카미의 기고문 전문을 싣고, 보수적인 요미우리까지 고노의 인터뷰를 게재한 것은 균형을 잡으려는 노력이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일본 정치인들은 역사의식과 양심을 배반하는 망동이 일본을 퇴보시키고 국제 고립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는 고언을 귀담아 듣고 우익 선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무라카미의 말대로 “싸구려 술을 뿌리며 소동을 부추기는 정치가와 논객으로 상처받는 것은 현장의 사람들이며, 날이 밝으면 남는 것은 두통뿐”이라는 점을 명심해 근신하는 게 지금 일본 정계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