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인생의 핵심은 절대 포기않는 마음가짐”

입력 2012-10-09 17:47


저자와의 만남

‘코리안 탱크…’ 자서전 낸 최경주 선수


‘실패가 나를 키운다’는 자기 계발서적인 부제를 붙인 ‘코리안 탱크 최경주’(비전과 리더십)를 읽고 난 뒤 느낌은 최경주가 나에게 보내는 한 편의 응원가를 들은 것 같았다. 성실과 끈기로 미국 프로골프 PGA 투어 한국인 1호가 된 최경주(42) 선수의 자전적 이야기가 책 속에 들어 있었다. 골프와 삶, 신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자신의 인생에 대한 자긍심이 부족하거나 좌절 속에서 새로운 희망이 필요한 사람들,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기 원하는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었다.

책을 읽다보니 프로 골퍼였던 닉 팔도가 최경주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KJ(최경주 선수의 영어 애칭)는 드라이버 샷도 아이언 샷도 그저 그런 선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우승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팔도는 최경주가 승리의 조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선수가 아님에도 PGA에서 우뚝 선 이유를 궁금해 했다. 그가 만일 이 책을 읽었더라면 ‘뭔지 모를 최경주의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알게 됐을 것이다.

책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쓰였기에 하나님과 예수님의 이름이 빈번하게 나오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경주의 시크릿 파워(Secret Power·비밀의 힘)는 다름 아닌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라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간간이 나오는 믿음의 이야기야 말로 최 선수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최 선수를 8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모 음식점에서 만났다. 그는 전날 자신이 주최한 한국프로골프투어 CJ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우승, 대회 2연패를 했다.

그에게 다짜고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바로 대답이 들어왔다. “마음가짐입니다.” 부연설명을 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희망을 갖는 것입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도 희망이라고 말했다.

최 선수는 아내 김현정씨와의 결혼 전 약속에 따라 1993년부터 서울 서빙고동 온누리교회를 다녔다. 99년에 세례를 받았다. 처음에는 뭔지 모르는 가운데 교회에 다녔지만 점차 하나님은 그의 삶 최 중앙으로 들어오셨다. 골프를 하면서 그는 여러 차례 기도의 힘을 절감했다. 책 속에는 그가 경험한 기도의 힘에 관한 몇 가지 예가 나와 있다.

99년 일본에서 열린 기린 오픈은 PGA에 갈 자격을 따야 하는, 최경주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경기였다. 3m짜리 마지막 퍼팅을 반드시 성공시켜야할 절체절명의 순간을 맞았다. 그는 간절히 기도했다. 기도를 한 뒤 눈을 뜨니 갑자기 그린 위 공에서부터 홀 컵까지 칠판에 분필로 그어 놓은 것처럼 선이 그어져 있었다. 신비한 경험이었다. 물론 간단히 성공시켰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PGA Q스쿨에 들어갔던 당시 마지막 4m짜리 퍼팅을 남겨뒀을 때에도 기도했다. 만일 못 넣으면 짐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퍼터가 부들부들 떨렸다. 최 선수는 “저를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 당신의 뜻입니까? 이대로 갈 수 없습니다”라며 기도했다. 눈을 떴더니 이번엔 호미로 골을 파 놓은 것처럼 길이 보였다. 들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가장 마음에 두고 있는 성경구절은 여호수아 1장9절 말씀이다. “강하고 담대하라 두려워하지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주문과 같이 스스로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말자, 어디로 가든지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신다. 최경주, 강하고 담대하라.”

최 선수는 미국에서 영광의 순간도 경험했지만 끊임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실패도 여러 번 겪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서도 다시 일어섰다. 그는 말한다. “힘의 원천을 알면 다시 일어설 수 있어요. 내가 넘어지면 일으켜 세워 주는 손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의 손이지요. 그 힘을 의지 하는 것이 성공이라는 사실을 절감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그는 믿음의 만남을 가졌다. 완도 ‘촌놈’이 미국 무대를 호령하는 ‘호랑이’가 된 데에는 믿음과 섭리적 만남의 힘이 있었다.

그의 아내는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만남이었다. “김현정 없는 최경주는 없지요. 제겐 로또 같은 아내입니다. 오직 나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아내가 자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면 어떤 것도 이길 것 같은 엄청난 힘이 솟았다고 말했다. “그래요. 확실히 나에게는 사람들은 모르지만 나만이 아는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내의 기도였습니다.”

아내 뿐 아니라 그에게는 고 하용조 온누리교회 목사, 주식회사 삼정의 피홍배 회장, 슈페리어 김귀열 회장 등 수많은 기도의 응원군이 있었다. 최 선수는 고 하 목사를 ‘영적인 아버지’라고 부른다. “하 목사님으로부터는 사랑을 배웠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도 나를 보면 언제나 안아주셨습니다. 그 분은 제게 끝까지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는 자신이 골퍼 인생 18홀 코스에서 이제 겨우 11홀 정도를 마쳤을 뿐이라고 말했다. “무엇하나 쉽게 지나간 홀이 없었지요. 그러나 그런 과정을 통해 조금씩 더 강해졌습니다. 저는 유명한 선수가 되기보다는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고 진실한 사랑을 품고 스스로 정한 기준을 넘어서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책에서도 그는 “나는 성공이 아니라 승리를 위해 산다. 내가 승리하고 싶은 곳은 골프장만이 아니라 인생 전체”라고 썼다.

언제 은퇴할 거냐는 질문에는 “골프채가 올라가지 않을 때”라며 활짝 웃었다. 이미 나눔의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은퇴 이후 자선가의 삶을 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가 만든 ‘최경주 재단’에서는 현재 ‘꿈의 둥지 건립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책의 인세는 전액 그 프로젝트에 기부된다. “몸과 마음 둘 곳 없어 방황하는 청소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고 그곳에서 내일의 희망을 맘껏 키워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모두 동참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