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생리의학상 英 거든-日 야마나카 공동수상
입력 2012-10-09 00:22
일본 교토대 야마나카 신야(50) 교수와 영국의 존 거든(79) 박사가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하게 됐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상위원회는 동물 체세포 핵이식 기술 개발의 초석을 놓고 생명파괴 및 윤리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iPS) 세포 개발에 기여한 두 사람을 올해의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각각 선정했다고 8일 발표했다.
이들은 이미 분화된 세포라도 미성숙한 세포로 다시 설계할 수 있으며, 그 세포가 인체의 모든 조직 세포로 발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실험적으로 증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한마디로 생명복제 기술의 원조와 요즘 세계 의학계에서 각종 난치병 극복의 총아로 꼽히는 iPS 세포 신드롬의 두 주인공한테 공평하게 상을 나눠준 셈이다.
야마나카 교수는 2006년 체세포 핵이식 배아 복제용 줄기세포를 난자가 아닌 성체의 피부세포에서 추출, 역(逆)분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기술은 난자를 이용해 같은 체세포 복제 방식으로 만드는 인간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생명윤리 침해 논란이 없다는 게 장점이다.
거든 박사는 양서류를 대상으로 이 기술의 토대가 되는 체세포 핵이식 실험에 처음 성공을 거둔 과학자다. 거든 박사는 1966년 올챙이의 장 세포핵을 개구리 난자에 이식시켜 일곱 마리 올챙이로 키운 데 이어 1975년 개구리 수정란의 핵을 다른 개구리의 난자에 이식시켜 올챙이까지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거든 박사가 오늘날 체세포 복제 핵이식 기술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노벨상위원회는 이런 놀라운 발견들이 세포학에 대한 기존 견해를 완전히 뒤집는다고 평가했다. 노벨상위원회는 “이제 우리는 성숙한 세포라 할지라도 그 상태에서 영원히 머물러 있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교과서 역시 이러한 발견으로 다시 써야 하며 새로운 연구 분야로 정립되어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앞서 두 사람은 2009년에도 ‘알버트 라스커 기초의학연구상’을 나란히 수상, 이번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예고했다. 최근 20년 동안 이 상을 먼저 받고 노벨상을 나중에 받은 과학자만 28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가톨릭의대 기능성세포치료센터장 오일환 교수는 “두 과학자는 세포생물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을 뿐 아니라 윤리적 갈등 없이도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를 쉽게 생산할 수 있는 길을 개척, 재생의학과 세포치료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에 대한 시상식은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각각 800만 크로네(약 16억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이번 수상으로 19명째이고,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은 2번째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