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논란 확산… 시민단체 “빈곤 비껴간 정치논쟁”
입력 2012-10-08 20:17
“(정부는) 적법한 절차를 거쳤다는 말씀이시지요? 대통령 후보라면 정확한 사실을 기본으로 해서 정책비전을 제시해야 합니다.”
8일 보건복지부에서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에 대한 비판으로 질의를 시작했다. 신 의원은 안 후보가 지난 7일 언급한 기초수급자 김모(78) 할머니의 자살 사건에 왜곡된 사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거제 사건의 진실=안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분노’ 등의 직설적 어휘를 동원해 이 할머니 사건을 성토했다. 그는 “부양의무자인 사위가 취직 후 할머니가 수급자에서 탈락했다. 결국 할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런 일 앞에서 정말 화가 난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딸네 부부의 월급액수까지 공개하며 즉각 반박했다. 시민단체에는 “개인정보여서 밝힐 수 없다”던 자료였다. 이들 부부는 소득 수준이 기준선보다 상당히 높은 813만원(딸 260만원+사위 553만원·세전 기준)이어서 이 할머니를 부양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내용이었다.
신 의원은 이날 오후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추가자료를 분석한 뒤 “정부가 충분한 절차를 거쳤다는 게 확인됐다”며 “안 후보 발언의 사실관계가 틀린 건 분명하다”고 재차 비판했다. 이어 “부양의무제 폐지는 반대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을 현재보다 대폭 완화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빗나간 초점=숫자가 한 가정의 사정을 전부 보여줄 수는 없다.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월수입 800만원이라지만 (딸네 부부는) 부채가 많은 데다 자녀 학비 등으로 어려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의신청이라는 정식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것도 절차상 문제로 지적된다. 김 사무국장은 “할머니와 사위가 여러 차례 담당자와 상담했다고는 하지만 이의신청을 통해 소명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시민단체들은 핵심을 비껴간 논쟁에 분개했다. 부양의무제가 빈곤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제도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쳐뒀다는 것이다.
부양의무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서울 지하철5호선 광화문역에서 49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측 관계자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얼마가 됐든 부모 세대가 무조건 ‘나를 책임지라’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녀세대의 생계 역시 불안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으면 노인 빈곤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부양의무제의 효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