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글 세계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 안보인다
입력 2012-10-08 19:17
9일은 세종대왕의 한글 반포 566주년을 기념하는 한글날이다. 최근 한글을 배우는 외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드라마, 영화, 대중가요 등의 분야에서 불고 있는 한류열풍의 영향이 크다. 글로벌 경제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져 비즈니스 언어로서 필요성도 커졌고, 다양한 디자인에 활용되는 등 문화적 가치도 높아졌다. 각국 언어학자들로부터 최고의 과학적 문자로 칭송받는 한글을 세계화하기 위한 가장 좋은 기회가 이미 다가온 것이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한국어는 전 세계에서 7700만명이 사용하고 있다. 사용자 수 기준으로 세계 13위 언어다. 정부가 한국어 보급·교육을 위해 만든 해외 한국어 교육센터인 ‘세종학당’은 지난해 43개국 90여곳에서 외국인 1만4000여명에게 우리의 말과 글을 가르쳤다. 한국어능력시험(KOPIK)을 본 외국인도 45만명에 달한다. 1997년 첫 시험 당시 응시자가 2000여명에 불과했던 점을 생각하면 높아가는 한글의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양적인 성장에만 안주해 한글의 우수성을 말로만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한글을 공식 표기 문자로 도입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이 사는 바우바우시에서 운영되던 세종학당이 지난 8월 31일 공식 철수했다는 소식은 한글 세계화에 대한 우리의 바람에 찬물을 끼얹었다.
언어는 있지만 문자가 없던 찌아찌아족은 3년전 한글을 표기 문자로 사용키로 했다. 이는 한글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혔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중앙정부가 자국 언어정책에 위배된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재정적 어려움마저 겹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했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이 지혜를 모으고 긴밀히 협조했다면 외교적 문제를 염려하지 않고도 찌아찌아족을 지원하고, 한글보급 사업을 더욱 활발히 진행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2016년까지 세종학당을 200곳으로 늘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차근차근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어권 국가 및 중국의 자국어 교육센터에 비해 세종학당의 수가 크게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이 거부감 없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콘텐츠를 개발하고, 이를 교육할 전문 강사를 양성할 프로그램을 확보하지 않은 채 단기간에 급속히 숫자만 늘릴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한글날을 맞아 우리 스스로 한글을 홀대하고 있지는 않은지 뒤돌아볼 필요가 있다. 거리의 간판이 외국어나 외래어로 바뀌고, 인터넷에서 국적을 알 수 없는 이상한 글과 문자가 난무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글을 소중히 여기며 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한글 세계화의 지름길임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