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 이번엔 올리나

입력 2012-10-08 19:02


여신전문금융법 시행 앞두고 ‘수수료 전쟁’ 2R

지난 6월 세종시 인근 한 골프장은 주요 카드사들과 가맹점 수수료율 계약을 맺었다. 이 골프장은 ‘슈퍼 갑’ 지위를 충분히 활용했다. 카드사들은 압박을 못 이겨 2.0% 수준인 수수료율을 1.5%까지 낮췄다.

업계에 굴욕적 계약이라는 비난이 빗발치자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3일 해당 카드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했다. 권 원장은 대규모 사치성 업소의 수수료율을 깎아줬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을 깎아주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다. 금융당국의 ‘지원사격’을 등에 업은 카드사들은 골프장 개장 한 달도 안 돼 수수료율 인상을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카드업계와 대형 가맹점의 ‘수수료 전쟁’ 서막이 올랐다. 카드업계는 절박하다. 연말부터 벌어질 수수료 협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세종필드골프클럽과 가맹점 수수료율 계약을 맺었던 삼성·외환·NH농협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지난달 말 “이달 26일부터 수수료율을 2.0%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수수료율 2.0%는 당시 골프장의 인하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KB국민카드 등 다른 카드사가 제시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해당 골프장은 계약 과정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수수료율을 1.5%로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불이익을 우려한 일부 카드사가 이를 받아들였었다.

카드업계는 ‘세종시 골프장 사태’를 전초전이라고 본다. 오는 12월 개정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이 시행되면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의 줄다리기 협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개정 여전법은 중소가맹점에는 수수료율을 낮추는 반면 대형 가맹점 수수료율은 올리도록 하고 있다.

현재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에 대한 적정 수수료 책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자동차·대형 유통점·백화점 등 대형 가맹점의 경우 현재 1.5%에 채 미치지 않는 수수료를 카드사에 내고 있다. 카드사들은 이들의 현행 수수료율을 0.2∼0.5% 포인트 정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로 올릴지 정확히 알 순 없지만 카드사 입장에서는 사운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개정 여전법이 시행됐는데도 대형 가맹점이 배짱을 부리면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낮췄는데 대형 가맹점 수수료는 올리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여 카드사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할 수도 있다. 실제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대형 가맹점들이 순순히 수수료 인상에 동의하지 않을 게 불 보듯 뻔하다. 5만4000여곳에 달하는 카드사 가맹점 중 대형 가맹점은 234곳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카드사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2.5%에 이른다.

카드업계는 여전법 개정으로 평균 수수료율이 기존 2.09%에서 1.85%로 떨어져 수익구조에 비상이 걸렸다. 여신협회는 대형 가맹점이 개편안에 동참하더라도 무려 8739억원의 연간 수익이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대형 가맹점이 카드사의 요구를 무시할 경우 카드사의 수익은 치명적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내부에 카드 수수료 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대형 가맹점과 카드업계 간 이견 조율에 나섰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카드 수수료율 개편 문제는 여러 업계 간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만큼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