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늪’ 빠진 터키, 6일째 포격전… 국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
입력 2012-10-09 00:18
터키도 ‘시리아의 늪’에 빠지나.
터키와 시리아군의 국경을 넘는 포격전이 8일(현지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터키 정부 관계자는 AFP통신에 “시리아가 국경마을 알티노주 지역에 포격을 가해 보복 포격을 했다”며 “터키군은 시리아의 모든 포격에 하나하나 보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3일 터키 악차칼레에서 민간인 5명이 숨진 이후 엿새째다.
이런 제한적인 포격전이 계속되면 국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미 터키 의회는 터키군의 시리아 내 군사작전을 승인한 상태다.
시점도 좋지 않다. 시리아군의 첫 포격은 공교롭게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분쟁을 원하지 않아도 전쟁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경고한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또 시리아 내전은 더욱 확산되고 격화될 것이라는 리언 패네타 미국 국방장관의 경고 하루 뒤에 포격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반군과의 교전 과정에서 잘못 날아든 유탄인지, 아니면 터키 정부를 압박하려는 시리아군의 조준 포격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한때 동맹국이던 터키와 시리아의 관계는 지난해 3월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에 항의하는 민중 봉기가 일어난 뒤 급격히 악화됐다. 터키는 아사드 정권의 국민 탄압을 비판하고, 시리아는 터키가 반군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상황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특히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시리아와의 포격전은 에르도안 총리를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들게 하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벌런트 알리리자 연구원은 “터키 총리는 계속 ‘시리아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굴욕적인 후퇴냐, 아니면 (도박) 카드를 하나 더 받느냐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리아 반군에 추가 지원하려는 터키 정부의 움직임은 미국에 의해 제지된 상태다. 터키 현지 언론 칼럼니스트 아슬리 아이딘타스바스는 “우린 국제적으로 고립돼 있다”며 “미국이 대선이 끝날 때까지 국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