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CCTV 드라마, 보시라이 아버지 칭송… “지도부 처벌놓고 이견” 분석

입력 2012-10-08 22:18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가 쌍개(雙開·공직 박탈과 함께 출당 조치) 처분에 이어 수인(囚人) 신세로 전락하게 된 상황에서 중국 국영 CCTV가 최근 보시라이의 아버지와 장인이 국가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칭송하는 드라마를 내보내 눈길을 끌었다.

보시라이 아버지로 중국 8대 혁명원로인 보이보(薄一波) 전 부총리와 1930년대 항일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장인 구징성(谷景生) 전 인민해방군 장군은 지난 7일 첫 방영된 CCTV의 연속극 ‘국가명운(國家命運)’ 1·2회분에서 량단이싱(兩彈一星·원자 수소폭탄과 인공위성) 개발에 기여한 것으로 찬양됐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8일 이에 대해 “당 지도부 내에서 보시라이를 사법 처리한다는 큰 방향은 정해졌지만 여전히 엇갈리는 의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공산당 정치국은 지난달 28일 후진타오(胡錦濤)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연 뒤 보시라이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관영 신화통신 등을 통해 공식 발표하면서도 그의 ‘정치 노선상 오류’는 지적하지 않았다. 보시라이에게 적용된 혐의는 고의살인죄와 관련한 중대한 책임, 직권 남용, 뇌물수수, 인사규정 위반, 여성 편력 등이다.

소식통은 “이러한 ‘조율’은 보시라이가 마오쩌둥(毛澤東)을 추종하는 좌파 노선을 걷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할 경우 정치국 내에서 논쟁이 벌어질 소지가 높을 뿐 아니라 사회 분열을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해 마오쩌둥 시대를 그리워하는 중국 내 ‘신좌파’의 목소리가 태두 격이던 보시라이 실각 이후 오히려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신좌파는 덩샤오핑(鄧小平) 주도로 지난 30여년간 중국의 경제성장을 이끈 개혁개방의 부작용에 주목, 마오 시절의 공산주의 본래 이념으로 돌아가자는 복고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이들은 빈부격차, 저임금 노동착취, 부패 등을 비판하면서 계획경제 시스템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WSJ는 신좌파가 세력화돼 다음 달 확정될 공산당 새 지도부 구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이들의 비판은 현 지도부를 곤경으로 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