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샤구르 총리 퇴진… 정국 혼돈

입력 2012-10-08 19:14

리비아 제헌의회가 자신들이 선출했던 중도 성향의 총리를 7일(현지시간) 해임했다.

의회는 무스타파 아부 샤구르 총리가 제출한 10인의 ‘위기 내각’ 구성안을 125대 44로 부결시켰다. 이날은 샤구르 총리의 내각 구성 시한 마지막 날이었다. 내각 구성안 부결로 그는 총리에서도 해임됐다.

샤구르 총리는 지난 4일 29명의 장관을 인선한 1차 내각 구성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모든 정파와 부족을 대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다. 2차 내각 구성안 표결이 이뤄진 이날 수도 트리폴리의 의회 앞에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와 혼란을 빚었다.

샤구르 총리는 “후임자를 신속하게 선출해 국가 정상화 일정에 공백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벵가지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 직후인 지난달 12일 의회 투표로 총리에 당선됐다.

이전 과도정부 총리였던 마흐무드 지브릴과는 2표 차이였다. 그는 세속주의파를 대표하는 지브릴 전 총리보다 좀 더 이슬람 성향이 강한 중도파로 다양한 정파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로 기대를 모았다.

문제는 수십개의 부족과 지역대표로 구성된 의회였다. 200석 중 정당 소속 의원은 80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20석을 각 지역의 부족 대표들이 차지하고 있다. 의회를 만족시키려면 지역·부족별로 복잡한 안배를 해야 했으나 권력 기반이 취약한 샤구르 총리는 정파도 부족 대표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AP통신은 “무아마르 카다피 전 대통령이 40년간 독재하면서 국가를 지역별로 나누고 부족 대표를 내각에 불러들이는 전형적인 분리 통치 전략을 이어온 것이 리비아 의회가 혼란을 겪고 있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카다피 잔당과 이슬람 무장세력도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선 폭넓은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총리가 나와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브릴 전 총리가 이끄는 국민전선과 무슬림형제단의 정의건설당은 독립적인 인물을 후임 총리에 인선하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고 AP는 전했다.

리비아는 내년 7월까지 내각을 구성하고 헌법을 제정, 총선을 치러 국가를 정상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