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 대통령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선 54% 득표… 카프릴레스 꺾고 당선
입력 2012-10-08 22:17
7일(현지시간) 열린 베네수엘라 대선에서 우고 차베스 현 대통령이 수성에 성공, 6년의 임기를 다시 보장받게 됐다. 베네수엘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차베스가 전체 투표수의 54.42%인 773만여표를 얻어 44.97%에 그친 엔리케 카프릴레스 라돈스키 후보를 따돌렸다고 밝혔다.
차베스의 당선이 확실시되자 지지자들은 수도 카라카스의 대통령궁 앞에 몰려 환호성을 질렀다. 차베스는 발코니에 서서 지지자들에게 “전투는 완벽했고 승리도 완벽했다”며 “나는 반대파를 포함한 모든 사람을 아우르고 싶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향한 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야권 단일 후보로 돌풍을 일으켰던 도전자 카프릴레스는 패배 확정 직후 결과에 승복했다. 카프릴레스 지지자들이 눈물을 닦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차베스의 4선은 쉽지 않았다. 14년에 이르는 장기 집권에 따른 피로감과 집권세력의 부정부패, 치안 불안 및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기가 하락하고 카프릴레스에게 돌풍을 허용했던 것. 카프릴레스는 온건한 정책과 젊고 패기 있는 이미지를 앞세워 차베스 진영을 마지막까지 위협했다. 부정확한 것으로 판명나긴 했으나 투표시간이 끝난 직후 공개된 출구조사는 카프릴레스의 3.2% 포인트 차 승리를 예고하기도 했다.
차베스는 1998년 말 처음 당선된 뒤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을 실현해 인기를 얻었고, 반미의 선봉에서 남미 각국의 정치·외교에 영향을 끼쳤다. 대중적 지지를 바탕으로 2000년과 2006년 선거에서도 연거푸 당선되며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닦았다. 2002년 쿠데타를 겪었지만 곧 복귀했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전 세계 매장량의 18%를 차지하는 베네수엘라의 풍부한 석유는 그의 정치를 뒷받침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차베스는 남미 국가들과 저금리로 구매 대금을 받는 ‘페트로카리브 조약’을 맺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했다. 미국에 “베네수엘라가 원유를 수출하지 않으면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고 협박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민주주의 후퇴와 언론 탄압이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차베스의 당선은 베네수엘라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남미 좌파정부 지도자들을 안도케 한 모양이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트위터에 “베네수엘라 만세! 위대한 조국 만세! 볼리바르 혁명 만세!”라는 글을 올려 호들갑스럽게 축하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차베스는 새 임기를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결과에 대해 미 하원의 로스 레티넌 외교위원장은 “차베스는 언론인을 탄압하고 투표를 조작했다”고 비판했다. 국무부 윌리엄 오스틱 대변인은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평화로운 선거를 치른 것을 축하한다”며 “야당에 투표한 600만명의 목소리가 무시돼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