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1년 앞으로… 첫 찬반토론 불발

입력 2012-10-08 18:38

1년 앞으로 다가온 WCC(세계교회협의회) 부산총회를 앞두고 예정된 첫 찬반 토론이 무산됐다.

부산 지역에 기반을 둔 기독교사상연구원(원장 최덕성 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은 8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WCC 찬반 토론을 열 계획이었다. WCC 찬성 측에는 이형기 장로회신학대 명예교수가, 반대 측에는 최덕성 전 고려신학대학원 교수가 나서 발제와 토론에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이날 토론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개인적으로 초청을 받아 발제문도 이미 제출했지만, 저희 교단(예장통합) 내부에서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해와 수용키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불참 이유는 언급을 피했다.

찬반 토론은 무산됐지만 토론회 행사는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건물 지하 공간에서 이어졌다. 신원균 개혁신학포럼 학술위원이 ‘WCC에 대한 오해와 이해’를 주제로 한 이 교수의 발제문을 대독했고, 최 교수는 ‘신학충돌-기독교와 WCC’를 주제로 발제문을 발표했다.

WCC와 관련된 신학적 핵심 쟁점은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표방하는가’여부다.

이를 두고 WCC 찬반 양측의 입장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이 교수는 앞서 제출한 발제문에서 “WCC는 타 종교들과의 대화에서 복음과 성경, 삼위일체론, 교회의 본질, 복음전도와 하나님의 선교 등 기독교의 본질과 교회의 정체성을 결코 양보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WCC가 종교의 다원성은 인정하지만 종교다원주의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WCC는 ‘하나님의 구원이 특정 문화와 종교, 인종, 지역에 제한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이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 모든 종교인들을 다 사랑한다는, 즉 만인보편구원 사상(종교다원주의)에 기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밖에도 WCC의 성경관과 교회론 등을 두고서도 주요 교단 및 목회자, 신학자간 찬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번 찬반 토론은 무산됐지만 교계에서는 WCC를 주제로 한 토론과 대화 시도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22일에는 서울 대치동 서울교회(이종윤 목사)에서 한국기독교학술원 주최로 ‘WEA(세계복음주의연맹)·WCC간 대화’를 주제로 한 학술세미나가 열린다.

이와 함께 부산·경남 지역의 신학연구 모임인 영남목회연구원과 예장합동 교단을 중심으로 한 ‘WCC 대책위원회’ 등도 WCC 찬반 토론회 등을 구상 중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