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북송저지 텐트에 과태료 4500만원?
입력 2012-10-08 20:52
기독탈북자들의 모임인 ‘탈북자 강제북송 저지 국민연합’은 9일 오전 서울 종로2가 탑골공원 정문 삼일문 앞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연다. 기독 탈북자들은 이날 1919년 3·1 독립선언문을 발표한 역사적인 장소에서 북한인권선언문을 발표하고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북한 땅까지 확장하기 위한 각오를 다진다. 유엔탈북난민캠프 조성을 위한 손바닥 및 발바닥도장 서명운동을 전개하는 한편, 북한의 인권개선과 탈북자 구출운동도 병행할 계획이다.
국민연합은 “종로구청이 옥인교회 측에 불법텐트 설치 등을 이유로 4500만원의 과태료 부과 방침을 밝혀 시위장소를 이전했다”고 밝혔다. 과태료 부담 때문에 옥인교회는 탈북자들에게 텐트 설치 장소를 이전해 달라고 요청했고, 탈북자들은 탑골공원으로 투쟁장소를 옮겼다는 것. 옥인교회 앞은 탈북자 강제북송의 관련 당사국인 중국대사관 앞이자 관련 단체들이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을 호소하며 지난 해부터 릴레이 시위를 이어온 상징적인 장소다.
‘탈북여성 국내 박사 1호’로 잘 알려진 이애란(49·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온누리교회)씨는 “북한에서 ‘빠고다 공원’으로 부르는 탑골공원은 3·1운동의 발원지로 북한 주민에게도 잘 알려진 장소”라며 “탈북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고자하는 최소한의 몸부림이다. 기독 탈북자들이 벌이는 이러한 투쟁들은 북한 주민에게 희망과 용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지난 주 북한 주민에게 받은 편지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신의주에 사는 북한의 한 주민이 인편을 통해 전해 준 이 편지는 남한의 대통령 후보에게 쓴 것으로 열악한 북한상황과 통일에 대한 바람을 절절하게 털어놓고 있다.
이 주민은 지난 해 김정일이 사망하고 대를 이은 김정은은 아버지의 뜻을 잇는다고 하면서 인민의 생활은 안중에도 없고 정권유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편지에는 북조선이 하루빨리 망하는 것이 북조선 인민이 살 길이라는 내용도 나온다. 김일성주의나 주체사상, 북한식 사회주의는 북한을 망하게 하는 원인이며 오직 남조선과 같이 개혁·개방의 길로 나가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느낀다고 적고 있다. 그러면서 조국통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민족의 지상과제라는 소망을 피력했다. 이 주민은 지금 북조선 인민 중에는 남조선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남조선을 희망의 등대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고 소개했다.
이 원장은 “북한주민의 편지를 통해 북한사회가 심각한 식량난으로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잇따른 세습 정권에 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떠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