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부채총액 1000조 육박… 무리한 M&A로 사업 확장 ‘제2 웅진’ 우려
입력 2012-10-08 21:50
30대 그룹의 부채 총액이 10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 부채(403조원)의 배가 넘는 액수로, 최근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한 웅진 사태의 주원인이 무리한 사업 확장에 따른 부채 급증이었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8일 재벌닷컴이 총수가 있는 자산 순위 30대 그룹의 2009∼2011 회계연도 기준 재무현황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지난해 말 현재 부채 총액은 994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30대 그룹의 부채 총액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크게 늘었다. 2009년에는 772조3000억원, 2010년에는 857조3000억원이었다. 불과 2년 사이에 221조9000억원(28.7%)이 증가한 것이다.
30대 그룹 가운데 부채 총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웅진이었다. 웅진그룹의 부채 총액은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에서 7조2000억원으로 84.7% 급증했다. 부채비율 역시 2009년 130.0%에서 지난해 말 217.6%로 상승했다.
웅진 다음으로 부채 총액이 크게 증가한 곳은 CJ그룹으로, 2009년 말 6조4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1조1000억원으로 73.8% 늘었다. 이어 LG(56.1%), 현대자동차(53.6%), 효성(52.7%), 미래에셋(52.6%), 롯데(50.6%) 등도 같은 기간 부채가 50% 이상 증가했다.
또 30대 그룹 중 부채 총액이 자기자본의 2배가 넘는 그룹(부채비율 200% 이상)도 10곳에 달했다. 동양(885%)과 동부(509%), 한화(473%) 등의 부채비율이 높았다.
이렇듯 30대 그룹의 부채 총액이 급증한 것은 이들이 대형 인수·합병(M&A)에 나서며 사업을 확장해왔고 최근 경기 부진에 따라 유동성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차입금을 크게 늘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조사기간 동안 30대 그룹 계열사 수가 983개사(2009년)에서 1165개사(2011년)로 2년 새 20% 가까이 늘어날 만큼 이들은 빚이 불어나는 와중에도 꾸준히 계열사를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